드루킹 댓글 민간인들이 주범 매크로 이용해 공감 수 조작
국정원 댓글 국가기관 범죄 사건 발생 시 선거구도 달라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드루킹 사건)을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과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DDoS) 공격 사건에 비유하고 있다. 세 사건 모두 전국 단위의 대형 선거를 전후해 여론이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불법적 수단을 동원했다는 측면에서 비슷하다. 다만 범행 주체와 구체적인 행위 등에서는 차이가 있다.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의 경우 국가기관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점에서 다른 두 사건과 확연히 구분된다.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을 비롯해 군 사이버사령부, 경찰 등 다양한 국가기관 인사들이 포털 등 SNS에 야당 인사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았다. 김한규 서울변호사회 전 회장은 20일 “공직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겼다는 점에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은 다른 사건과 비교할 수 없이 중대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반면 드루킹 사건은 핵심 주범인 김모(49)씨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 등 민간인들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의 경우 인터넷 공간에서 조직적으로 댓글 작성 등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려 했다는 측면에서는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과 비슷하다. 김씨 등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포털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의 공감 수를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을 이용해 조작했다.
디도스 공격 사건의 경우도 당시 최구식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의 수행비서 공모씨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비서 김모씨가 주범이었다는 점에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과는 결이 다르다. 이들은 선거 당일 선관위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홈페이지에 디도스 공격(특정 웹사이트에 여러 컴퓨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접속해 서버 과부하를 유도하는 방식)을 가하는 방식을 택했다.
범죄자들에게 적용된 혐의도 달랐다.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 직원들은 대부분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 받았지만, 디도스 공격 사건의 주범 2명은 정보통신기반보호법,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각각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드루킹 사건 피의자들에게는 업무방해죄가 적용됐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과 디도스 공격 사건은 사건 발생 이후 특검 수사나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이뤄졌다. 야당은 이 사건들을 근거로 드루킹 사건에 대해 특검 수사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선거 구도에서도 차이가 있다.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이 발생한 18대 대선에서 여야는 지지율 오차범위 5% 포인트 이내에서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디도스 공격 당시 한나라당은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열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탄핵 여파로 민주당이 일찌감치 지지율 독주를 이어왔다. 김동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기획실장은 “여권 입장에서 드루킹 일당의 여론조작이 절실했던 상황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여론조작의 유혹’ 같지만… 드루킹·국정원·디도스, 수법 달랐다
입력 2018-04-2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