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1순위 ‘퇴물’서 팀의 ‘보배’로… LA다저스 맷 켐프

입력 2018-04-21 05:00
미국프로야구(MLB) LA 다저스 맷 켐프가 지난 17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18 MLB 정규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3회초 스리런포를 쏘아 올린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시즌 앞두고 애틀랜타에서 복귀 스프링캠프서 심기일전 구슬땀
체중 줄이면서 자기 스윙 되찾아 류현진 2승投 때 3점 홈런 날려

과거 류현진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퇴물 취급을 받으며 퇴출이 유력시됐던 미국프로야구(MLB) LA 다저스 맷 켐프(34)가 올 시즌 팀의 보배로 떠올랐다. 시즌 초이긴 하지만 연일 맹타를 터뜨리며 팀의 상승세에 힘이 되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켐프 자신의 굳은 의지와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의 궁합이 새로운 전성기의 원동력이라는 분석이다.

다저스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애드리안 곤잘레스와 투수 브랜든 맥카시·스콧 캐즈미어, 찰리 컬버슨까지 4명을 보내고 켐프를 데려왔다. 하지만 켐프는 나이와 불안한 수비력 등으로 다시 트레이드 되거나 방출될 것으로 보였다. 고액 연봉자 정리를 위한 3각 혹은 4각 트레이드는 MLB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실제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켐프는 2014시즌을 마친 뒤 비싼 몸값과 외야 자원 과잉 등을 이유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됐고 이후 애틀란타로 옮기는 등 떠돌이 신세로 내몰렸다. 이 시기 성적도 하락해 두 차례 골든글러브 수상자 켐프의 경력은 끝날 것으로 본 사람들이 많았다.

상황이 그런지라 켐프는 에이전트에게 다저스 복귀 소식을 듣고 장난으로 여긴 뒤 한참을 웃었다고 한다. 그만큼 지난해 월드시리즈 준우승팀 다저스에서 켐프가 다시 뛰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다저스는 스프링캠프에서 베테랑인 그를 주전 좌익수 후보군에 넣었고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심기일전한 켐프는 체중을 18㎏이나 줄였다. 불어난 몸 때문에 자신의 스윙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야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스프링캠프 훈련장에 합류하는 등 어느 때보다 구슬땀을 흘리며 담금질했다.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존재도 켐프에게 힘이 되고 있다. 선수와의 소통에 능한 로버츠 감독은 “켐프가 동기부여가 잘 돼 있다”고 칭찬하며 그의 기를 살려줬다. 다저스에서 뛰던 당시 스타플레이어였던 켐프는 카리스마 넘치는 돈 매팅리 감독(현 마이애미 말린스 감독)과는 껄끄러운 사이였다.

자신의 전성기적 스윙을 찾은 켐프는 올 시즌 첫 시범경기에서부터 홈런을 때려내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20일 현재 정규시즌 16경기에 나선 켐프는 타율 0.347(49타수 17안타) 3홈런 10타점 등을 기록하며 다저스 공격의 중심에 서 있다. 타율은 내셔널리그에서 5위다.

로버츠 감독은 플래툰시스템을 통해 우타자인 켐프와 다저스의 미래로 불리는 좌타자인 작 피더슨(26)을 좌익수에 함께 기용하면서 경쟁 체제로 나아가고 있다.

켐프의 활약은 한국팬으로서도 반갑다. 류현진이 다저스에 입단한 뒤 팀 내 대표적 도우미 중 한 명으로 인식될 정도로 타격에서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도 류현진이 선발 등판했던 지난 17일 샌디에이고전에서 켐프는 쐐기 3점포를 쏘아 올리며 류현진의 2승에 힘을 보탰다. 옛 도우미의 부활에 팬들은 환호했다.

박승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파워는 과거보다 떨어졌지만 배트 스피드가 빨라졌고 스윙 궤적도 돌아왔다”며 “경험이 풍부한 만큼 상대 투수에 대한 대처가 좋아졌고 슬럼프가 찾아와도 잘 극복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켐프의 복귀는 다저스 팬들에게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