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벼락 갑질’ 의혹으로 불거진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일탈이 점입가경이다. 이번 물세례 의혹의 장본인인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 세 자녀는 이미 사회 상궤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구설에 올랐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도 인천 하얏트 호텔의 조경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욕하고 화초를 뽑아 던졌다는 등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다 총수 일가가 대한항공을 이용해 고가 명품 등 개인 물품을 사내에서 사용하는 물품인 것처럼 밀반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내부 전담팀을 운영했으며 이 물품은 특수화물로 분류돼 대한항공 총수 일가를 의미하는 ‘KIP(Koreanair VIP)’ 코드로 관리됐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권위주의적 행태는 업계에서 악명이 높았다. 조 회장 일가가 해외여행에 나서면 의전이 대통령에 버금간다, 단골 숙박지인 하와이와 LA 등의 대한항공 지점과 호텔 직원들은 일가의 분노 폭발과 질책에 전전긍긍하며 초비상이 된다는 등의 얘기가 돌았다.
물론 대기업 총수 일가가 모두 조 회장 가족같지는 않다. 하지만 조 회장 가족의 사례가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점과 천박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들에겐 기업이 사유물이요, 직원은 총수 가족의 지시에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할 하급자일 뿐이다. 조 회장 자녀들의 자질 논란이 사내에서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사회 등에서 이를 견제하고 제어하는 움직임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경영능력은 물론 인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재벌 3세가 기업 경영의 중책을 맞는 것은 국가 경제에도 큰 위험이다. 정부는 조 회장 일가의 각종 법규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한진그룹은 경영권 승계를 포함해 후진적인 경영 행태 전반을 이번 기회에 대수술해야 한다.
[사설] 한진 총수 일가가 드러낸 천박한 한국자본주의
입력 2018-04-2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