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툴가 대통령 “韓기업 몽골 투자에 경제특구 이상의 혜택 검토”

입력 2018-04-20 18:29 수정 2018-04-20 21:29
할트마 바툴가 대통령이 몽골 유도협회장이었던 2016년 7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위해 훈련 중인 몽골 유도 국가대표 선수들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몽골 대통령실 제공
몽골 잠재성과 한국 기술·경험 결합되면 멋진 미래 열기 가능
울란바토르 인근 거대 신도시 한국 건설사 참여하면 협력
원유·축산 자원 가공·생산 힘 합치면 양국 모두에 이익
양국 청년 사업가 교류 협의체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 준비 중

할트마 바툴가 대통령은 지난 14일과 15일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 내내 한국 정부·기업의 적극적인 몽골 진출을 원하며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몽골 경제 발전 모델로 한국을 염두에 두고 한국 경제 발전 역사도 공부해 왔다고 했다.

그는 “몽골의 잠재성과 한국의 기술과 경험이 합해지면 멋진 미래를 함께 추진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이 몽골 인프라 구축, 건설, 금융 등의 분야에 투자한다면 정부 차원에서 ‘경제특구’ 이상의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여러 분야에서 양국 산업협력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최대 관심사”라고 했다.

바툴가 대통령의 말을 종합하면 당장 한국 정부나 기업이 몽골에 진출할 수 있는 분야로 각종 건설 분야가 손꼽힌다. 몽골 수도인 울란바토르는 50만명이 거주할 수 있도록 계획된 도시다. 그러나 현재 거주인구는 150만명에 육박할 만큼 과포화 상태다. 이로 인해 각종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바툴가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울란바토르 인근에 상주인구 50만명 규모의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부지 확보가 완료됐고, 도시 설계를 위해 여러 외국기업들과 접촉 중이다. 바툴가 대통령은 “한국은 신도시 건설 분야에 경험과 노하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도시 건설에 관심이 있는 한국 기업이 있다면 우리는 모든 면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초 개항을 앞둔 신공항과 울란바토르 도심을 연결하는 경전철 사업도 몽골 정부의 주요 관심사다. 신공항은 바툴가 대통령이 교통운수부 장관 시절 직접 디자인에 참여해 시작된 프로젝트로 울란바토르와는 약 50㎞ 거리에 떨어져 있다. 바툴가 대통령은 “경전철은 투자규모가 큰 프로젝트로 현재 설계 등을 준비하는 단계”라면서 “한국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고, 가능한 모든 형태의 투자를 끌어오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몽골 정부 차원에서 해외투자를 안전하게 보장해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바툴가 대통령은 자원 가공, 축산자원 활용, 생필품 생산 등과 관련한 투자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몽골은 원유가 나는 나라지만 이를 정제해 이용하지 못하고 석유제품을 100% 외국에 의지하고 있다”면서 “다른 광물자원도 원재료 상태로 수출하다 보니 이익이 크지 않고 실제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축산자원 가공 분야도 크게 뒤처져 있다. 몽골에는 소, 양 등의 가축이 6000만 마리에 달한다. 그러나 축산품을 가공해 판매·수출하는 산업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바툴가 대통령은 “몽골은 자연 그대로의 방목 방식을 유지하고 있어 유기농 상태의 건강한 고기를 섭취할 수 있다”면서 “요즘 한국에 양고기가 유행한다는데 몽골의 양고기가 수출될 수 있다면 양국 모두에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중소 제조업체의 몽골 진출도 환영한다고 했다. 그는 “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강화하면 한국의 중소기업들에도 적지 않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몽골 투자 한국기업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도 약속했다. 바툴가 대통령은 “몽골에서 생산·가공되는 상품은 이미 일본, 유럽 수출 시 면세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몽골에 진출하면 이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국 교류 확대를 위해 2016년 이후 추진된 한국과의 FTA 협상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정상회담 이후 협정 체결이 될 수 있도록 몽골 각 부처에서 적극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바툴가 대통령은 특히 한국과 몽골의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구를 설립하는 데 적극적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한국과 몽골의 청년사업가들이 교류하고 함께 활동할 수 있는 협의체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하반기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이 부분을 협의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 기구를 통해 한국의 유능한 젊은이들이 몽골에 진출할 경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에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사업가들이 많이 있지만 대기업에 막혀 성장이 어렵다고 들었다”면서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는 몽골에서는 그들이 할 일이 많다. 지금이 바로 기회를 잡을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스포츠도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았다. 그는 “동유럽 국가에서 실내 스포츠공원을 몽골에 건설하자고 제안했다”며 “이 제안에 한국이 참여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한국의 선진의료 기술 도입과 관광교류 활성화 등도 양국이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분야라고 지목했다. 바툴가 대통령은 “한국이 몽골 의사 및 전문가들을 자주 초청해 최신 의료기술을 전수하는 데 관심을 갖길 바란다”며 “또 많은 한국인이 올여름 몽골을 방문해 몽골의 아름다운 자연을 체험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울란바토르=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