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모씨의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의 헛발질이 이어지고 있다. 수사 기본조차 무시하는 행보에다 거짓 해명까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진실 접근은커녕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경찰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줘 씁쓸하다.
20일에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드루킹에게 수차례 기사 주소(URL)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김 의원이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텔레그램을 통해 드루킹에게 14건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0건은 URL이었다. 드루킹은 “알겠습니다”라는 답신을 했다고 한다. 이는 드루킹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김 의원은 거의 확인하지 않았다는 기존 설명과 정면 배치된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16일 “김씨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결국 나흘 만에 말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경찰의 뒷북 수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김씨를 체포하면서 사무실과 집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이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한 것은 지난 11일 통화 내용에 대한 것이 전부다. 핵심 주범인 김씨를 지난달 25일 이후 대면조사를 하지 않다가 비난 여론이 들끓자 지난 17일에서야 조사를 했다.
이 청장은 “경위를 떠나서 사과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사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까지 내비쳤다. 경찰 수사 최종 책임자로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의 수사 태도로는 자신들이 염원하는 수사권 독립에도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검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은 국민만 바라 보고 성역 없이 사건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는 길밖에 없다. 좌고우면은 곧 조직의 추락만 앞당길 뿐이다.
[사설] 이런 경찰에 수사권 맡길 수 있겠나
입력 2018-04-2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