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위해 고난받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

입력 2018-04-23 00:01
앤드루 브런슨 목사와 그의 아내 노린 브런슨.

2016년 7월 15일. 터키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던 앤드루 브런슨(50) 목사는 이날 쿠데타 소식을 TV로 접했다. 쿠데타는 곧 진압됐고 터키 정부는 쿠데타 세력의 배후로 재미 이슬람학자인 펫훌라흐 귈렌을 지목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살던 귈렌이 맹렬한 이슬람 사상을 가르치고 터키 정부를 전복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터키 정부는 쿠데타 가담자를 심문하면서 자국 내 종교지도자나 미국인들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이후 몇 명의 미국인들이 체포됐는데 여기엔 브런슨 목사도 포함됐다. 귈렌과 쿠르드노동당(PPK)을 도왔다는 혐의였다. 그는 완강하게 부인했지만 10월 7일 차가운 독방에 수감됐다. 터키에서 감옥에 갇힌 첫 미국인 목사였다.

브런슨 목사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블랙 마운틴 출신으로 1993년 터키에 입국,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이즈미르(성경지명 서머나)에서 부활교회 담임목사로 활동했다. 미국 기독교 매체들은 브런슨 목사는 순수하게 복음을 전했을 뿐 쿠데타 세력과는 상관이 없다고 보도했다. 가족들은 그의 무죄를 호소했고 미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 16일은 결심공판이 있던 날이었다. 브런슨 목사는 재판에서 “나는 결단코 터키 정부에 반대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나는 목회자다. 내가 사람들을 만난 것은 그들을 예수의 제자로 삼기 위해서였다. 귈렌과는 상관없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터키를 사랑한다. 지난 25년간 터키를 위해 기도해 왔다”고 말했다. 이날 터키 검찰은 그에게 징역 35년형을 구형했다.

상황은 비관적이지만 브런슨 목사는 신앙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8개월간 감옥에 갇히는 ‘애매한 고난’(벧 2:19)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는 앞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기독교 목사이기 때문에 수감된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고난을 받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인인 노린 브런슨 사모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남편은 법정에서 자신이 터키에 사는 이유가 예수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주님께 영광을 돌렸다”고 고백했다.

국제오픈도어선교회는 전 세계 교회들이 브런슨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가 졸업한 휘튼대도 기도에 동참했다. 한 중보기도 사이트에는 지난해 9월 브런슨 목사가 재판에서 했던 말을 인용하며 기도를 당부했다. “나는 터키 정부도 알고 있는 기독교인이다. 내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를 말하는 것이다.”

브런슨 목사의 페이스북(facebook.com/AndrewAndNorine)에는 “하루에 세 번씩 기도해달라”는 요청이 적혀 있다. 노린 사모의 말이다. “우리는 그가 당하는 고난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주님은 믿음으로 기도하라는 확신을 주셨습니다.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푼다(마 18:18)는 말씀처럼 기도로 도와주십시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