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벚꽃잎이 ‘꽃눈’이 되어 바람에 흩날리는 장관을 연출해낸다. 꽃눈이 내리는 거리 위엔 빠르게 지나가는 봄을 놓칠 새라 수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아로새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삶을 향유하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한 달여 전 강원도 정선에서도 아름다운 동행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현장에서다. 분명 두 사람이지만 경기가 펼쳐질 땐 한 몸이 되고 개인이 따로 경기를 치르지만 하나의 팀으로 묶인 시각장애인 선수와 가이드러너(Guide runner)가 그 주인공들이다.
가이드러너는 패럴림픽 경기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선수다. 비장애인이지만 장애인들이 승부를 펼치는 현장에만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출전하는 종목은 알파인스키와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가이드러너는 ‘G(Guide)’마크가 새겨진 주황색 옷을 입고 함께 경기장을 활주하며 장애인 선수의 눈이자 내비게이션이 돼 준다. 알파인스키는 이들이 서로 주고받는 순간적인 음성사인만으로 급경사 코스를 내려와야 한다. 둘 사이를 이어주는 건 헬멧에 부착된 블루투스 이어셋 뿐이다. 평균 속도는 90∼100㎞/h. 제한된 시야를 고려하면 두 선수 사이의 단단한 신뢰 없인 불가능한 레이스다.
두 선수 간의 호흡도 중요하다. 앞에서 리드하는 가이드러너가 너무 멀리 떨어지면 실격이 되고 너무 가까이 있으면 뒤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선수가 속도를 낼 수 없다.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 종목에선 가이드러너가 코스정보를 수시로 알려줘야 체력소모를 줄일 수 있다. 가이드러너가 장애인 선수 곁에서 “조금만 더 힘 내. 우린 할 수 있어”라고 독려하며 레이스를 펼치는 모습이 중계돼 감동을 주기도 했다.
경기 전과 후에도 이들의 동행은 끝나지 않는다. 둘 다 출전자로 함께 소개되고, 표기할 때도 선수 이름 옆에 가이드러너가 빠지지 않는다. 선수가 메달을 획득하면 가이드러너도 함께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받는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자연스러운 관계다.
22일은 한국장애인선교단체총연합회(회장 소재훈 목사)가 지정한 장애인주일이다. 1989년 지정된 이후 30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한국교회와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선교사역은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끊임없이 지적되는 게 바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를 ‘동행’으로 보지 않고 ‘무관함’으로 보는 시선이다.
건물 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이 장애인뿐 아니라 유모차를 동반한 가족,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 보행약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음에도 우리 곁엔 여전히 계단뿐인 건축물이 태반이다. 좀처럼 바뀔 줄 모르는 인식은 항상 더 큰 문제다. 이계윤 예장통합 지체장애인선교연합회장은 “교회와 성도들이 장애인에게 관심을 갖고 돕는 것은 고사하고, 장애인과 함께 예배드리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웃과 하나 되고 동행함 같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크리스천은 늘 하나님과 동행하며 하나님이 자신과 동행하고 있음을 믿는 사람이다. 또한 하나님의 품성을 닮아가기에 힘쓰는 사람이다. 하나님께선 언제나 ‘G(God)’마크를 달고 우리와 동행하신다. 이제 G마크를 가슴에 새기고 장애를 가진 이웃과의 동행을 위해 한 걸음 다가서보는 건 어떨까.
최기영 기자
[안녕? 나사로] 아름다운 동행
입력 2018-04-21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