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이 18일 서울 SK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뒤에도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 조치 여진은 여전히 남아 있다. 장신 선수뿐 아니라 단신 선수도 다음 시즌 적용되는 신장 제한 규정에 피해를 보게 되면서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가 팀과 재계약을 맺지 못한 일마저 벌어졌다.
SK의 테리코 화이트는 빼어난 득점력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고 외국인 선수로는 15년 만에 MVP에 선정됐다. 화이트의 키는 192㎝다. KBL 2년차인 그는 현재 룰에 의해 193㎝ 이하 단신 선수로 구분돼 왔다. 그러나 새 규정에 따르면 외국인 선수는 장신 200㎝ 이하, 단신 186㎝ 이하로 제한된다. 화이트는 차기 시즌에는 장신 선수가 된다. 가드 포지션인 화이트를 장신 선수로 선발하면 팀으로서는 골밑 약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결국 SK는 19일 고민 끝에 화이트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팀 우승에 최대 기여를 한 선수가 곧바로 팀을 떠나게 된 것이다. 다른 팀들도 SK와 마찬가지로 장신으로 분류된 가드를 뽑는 것에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커 화이트의 이적도 녹록찮은 상태다.
앞서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화이트는 ‘(KBL에서 뛰고 싶다면 단신 선수로 분류되기 위해)키를 다시 잴 것이냐’는 질문에 “신장 측정을 꼭 해봐야겠다. 통과가 안 되면 여기(KBL)뿐 아니라 다른 리그 진출도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챔피언결정전 준우승팀인 원주 DB는 정규리그 외국선수 MVP를 차지한 디온테 버튼(192㎝)과의 재계약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버튼도 차기 시즌 장신 선수로 구분된다. 센터 김주성(205㎝)이 은퇴하는 상황에서 DB 이상범 감독의 머리가 안 아플 수 없다.
화이트와 함께 SK의 우승을 이끈 제임스 메이스(200.6㎝)는 아슬아슬하게 장신 신장 제한에 걸린다. 메이스는 신장 제한 질문에 “나는 한국이 좋다”며 키를 다시 측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KBL 김영기 총재는 18일 챔피언결정전 6차전이 끝난 뒤 우승팀 SK를 축하하러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코트에 나타났다. 김 총재의 출현에 포털 등에는 팬들의 비난 댓글이 쇄도했다. ‘웃픈(웃기고 슬픈)’ 신장 제한 규정은 농구 최대 잔칫날의 흥조차 깨버린 셈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타임아웃] 키 때문에… 재계약 ‘퇴짜’ 맞은 챔프전 MVP
입력 2018-04-20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