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표 시점 정해놓으면 생애 주기 맞춰 척척 조정… 49개 상품에 1조2000억 몰려
운용 규모도 1년 새 10배 ↑ 수익률, ‘미래…’ 14.6% 1위
‘1.88%’. 168조원에 달하는 돈이 쌓여 있는 퇴직연금이 지난해 거둔 수익률이다. ‘쥐꼬리 수익률’에 노후를 맡겨야 하는 투자자들의 걱정이 깊어지면서 노후 대비 투자상품으로 타깃데이트펀드(TDF)가 뜨고 있다.
19일 금융정보 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TDF에 유입된 자금은 18일 기준 1조2063억원에 이른다. TDF 운용 규모는 2016년 말 672억원에서 지난해 말 7424억원으로 10배 이상 뛰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설정하면 자산운용사가 알아서 생애 주기에 맞춰 돈을 굴려주는 펀드다. 일반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상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캐서린 로이 은퇴전략부문 총괄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퇴직연금을 스스로 관리하는 투자자 3000명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은퇴 시점을 고려한 전략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 투자자들은 젊을수록 공격적 투자를 하고, 은퇴가 다가오면 보수적 투자로 돌아서야 하는데 반대 모습을 보인다. 퇴직연금 운용 실적도 신통치 않다. 퇴직연금의 80% 이상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몰려 있다.
이와 달리 TDF는 운용사가 고객의 나이 변화와 은퇴 시점에 따라 자산 비중을 조정한다. 가입 초기에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채권펀드 등 안전자산을 늘리는 식이다. 국내에선 자산운용사 7곳이 49개 상품(8개 TDF 시리즈)을 판매하고 있다. TDF 시리즈는 은퇴 시점에 따라 5년 단위로 상품을 구성한다. 예를 들어 한 TDF 시리즈가 TDF2025, TDF2030, TDF2034, TDF2040 등으로 구성됐다면 2040년에 은퇴 예정인 투자자는 TDF2040에 가입하면 된다.
TDF의 최근 1년 수익률은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45년혼합자산자투자신탁’이 14.63%로 가장 높다. ‘한국투자TDF알아서2045증권투자신탁’(13.49%), ‘삼성한국형TDF2045증권투자신탁’(11.97%)이 뒤를 잇는다.
다만 선택의 폭이 좁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연금펀드에서 TDF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김혜령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원은 “TDF를 판매하는 국내 금융사 38곳 중 21곳은 1∼2개 상품만을 제시한다”며 “판매사들은 연금투자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TDF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TDF가 퇴직연금 운용 규정에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돼 TDF에 퇴직연금 적립금을 최대 70%만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확정기여형(DC)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투자자라면 이 계좌로 TDF에 투자하면 된다. 연금저축 계좌를 만들어 투자할 수도 있다. 연금저축과 IRP는 합산해 연간 납입금 700만원까지 세금 공제를 받는다. 일반 계좌로 TDF에 가입해도 된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알아서 돈 굴려주는 ‘TDF'… 이젠 노후 대비 걱정 끝?
입력 2018-04-20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