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한-아프리카재단 발족을 위시해 아프리카와의 새로운 접점을 위한 노력들이 하나, 둘 성과를 보이고 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관련 기관의 역동적 활동을 위한 외교부와 기획재정부 등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나 예산 배정의 난항은 차치하더라도 ‘아프리카=못사는 나라’란 편견을 타개할 여론이 좀처럼 조성되지 않고 있다. 대중의 무관심은 대아프리카 진출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된다.
일찍이 아프리카 진출을 시도해온 서구의 여러 나라들은, 그러나 이곳을 지구상 마지막 남은 자원의 보고이자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 방식은 대개 ODA(공적원조)와 투자의 형태를 취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자금 사정이 부족한 아프리카 각국에 투자와 원조를 해주거나 산업 인프라를 깔아주고 그 대가로 광물 채굴이나 원유 확보를 얻는 식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각국의 ‘지분’ 확보 경쟁은 ‘전투’에 가깝다.
이웃나라인 중국만 해도 지난 2015년 60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의 경우는 무상원조와 민간 투자를 포함, 300억 달러 지원을 약속한 것과 비교해 우리의 아프리카 투자액수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대중의 관심도 낮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아프리카’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는 동명의 인터넷 개인방송과 관련한 것들이 상위를 차지한다. 그 다음에는 일명 ‘빈곤의 포르노’로 비판받는 일부 구호단체의 메시지들이 뒤를 잇는다. 단체 후원과 기부를 자극코자 아프리카 기아와 빈곤, 내전 상황을 부각한 그것은 아프리카를 흡사 혼돈과 아비규환으로 가득 찬 대륙인냥 묘사한다. 54개국으로 이뤄진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국내 여론의 방향이 어떠한지를 나타내는 단적인 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 차원의 아프리카 의회 외교를 5년여째 이어오고 있는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갈 길이 멀다”고 개탄했다. 아프리카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이 의원은 “아프리카는 변하고 있다”며 “우리도 경제·문화 분야의 진출과 교류를 늘려가야 한다”고 틈만 나면 설파하고 있다. 자타공인 국회 ‘아프리카 전도사’인 그는 교류 중요성을 환기하는 물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주도한 한아프리카미래전략센터(이하 센터)나 곧 활동을 시작할 한-아프리카재단(이하 재단)은 이전까지 이렇다할 아프리카 전략 기관이 부재했던 국내 상황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어렵게 첫 발을 내딛은 재단의 올해 예산은 17억원에 불과하다. 재단 발족 이전에 활동했던 센터의 그것보다 되레 예산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인건비와 기본적인 학술 연구를 수행키도 턱없이 모자란 예산 상황. 서구의 아프리카 민간 싱크탱크와 비교해 그 규모는 초라한 수준이다.
실제로 재단 관계자는 향후 활동을 묻는 기자에게 “할 일은 많은데 예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활동 폭의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재단 설립을 주도한 이 의원 역시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새시대 아프리카 포럼 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획재정부를 설득해야하는 지난한 과정이 있다”며 “국회에서 관심을 갖는 만큼, 정부도 더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렇다고 아예 암울한 상황만은 아니다. 외교부내 관련 부서는 최근 젊은 피를 수혈, 업무 다양화와 사업 활성화를 위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가하면 아프리카를 소개하는 방송도 등장했다. 류광철 신한대학교 석좌교수(전 짐바브웨공화국 대사), 신종원 전 세네갈 대사, 안젤라 리 아프리카 칼럼니스트, 김용빈 개발마케팅연구소장 등이 뭉친 ‘안젤라의 올어바웃 아프리카’가 그것이다. 아프리카를 제대로 알려 편견을 깨고, 대중적 관심을 환기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들을 카메라 앞으로 이끈 계기가 됐다. 방송을 이끌고 있는 안젤라씨는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의 인식 변화는 서서히 진행될 것이다. 때문에 정확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의 노력이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아프리카를 향한 전진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진 않을 터. 국내 관련 전문가들의 눈과 귀가 재단, 외교부, 그리고 미디어에 쏠리는 이유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angel@kukinews.com
검은 아프리카, 한류를 부르는 기회의 대륙
입력 2018-04-22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