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 밀알에서 기적으로] 자립 돕는 옥수수·콩 농장, 주민들 ‘희망 발전소’로

입력 2018-04-20 00:01
케냐 키수무 지역 주민들이 지난해 만든 ‘키보스 농장’에서 옥수수를 말리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재단 이사장(오른쪽)이 말라위 은코모의 ‘치소모 밀알센터’를 방문해 어린이와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밀알복지재단 제공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서쪽으로 400㎞ 떨어져 있는 키수무는 케냐 3대 도시 중 하나다. 이 도시의 키보스 마을엔 밀알복지재단이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지원을 받아 세운 농장이 있다. 1만2140㎡(약 3670평) 규모의 농장에서는 현지인들이 옥수수와 콩을 재배한다. 재단이 장애인 자립을 돕기 위해 지난해 조성한 농장은 작물뿐 아니라 주민들의 꿈이 자라나는 ‘희망 발전소’나 다름없다.

농장이 있는 키수무는 빅토리아 호수 연안에 위치해 있다. 농업용수와 강수량이 풍부해 농사짓기엔 안성맞춤이다. 토양도 비옥해 지난해 수확한 작물은 ‘코란도에이’ ‘코란도비’, ‘코고니’ 등으로, 인근 마을 주민들이 충분히 나누고도 남았다.

해외 장애인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재단에 케냐 키수무는 성공 사례 중 하나다. 김해영 밀알복지재단 아프리카권역 본부장은 “2012년 10월 케냐에 첫발을 디딘 이후 중증장애아동과 그 가정, 비장애인 가정까지 아우르는 종합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면서 “키수무는 케냐의 한 여성 국회의원의 요청에 따라 코이카와 협력해 2016년 사업을 시작해 성공적인 열매를 맺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 편견 깨고 자립 지원에 주력

지역사회 개발을 지향하더라도 재단의 주된 관심은 장애인이다. 키수무는 케냐의 3대 도시이지만 사회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장애인들이 아예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대부분의 장애인이 집에만 있다가 오래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립을 위한 기반이다. 이를 위해 재단은 키수무 3개 마을 3∼17세 장애아동이 있는 50개 가정을 선정했다. 자립 지원을 위해 대상 가정까지 선정했지만 장애인에 대한 케냐인들의 편견이 큰 걸림돌이 됐다. 문성혜 케냐 키수무 프로젝트 매니저는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신의 저주라며 곁에도 가려 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현실의 벽이 높더라도 멈출 수 없는 일이다. 재단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이들이 스스로 경제적으로 일어서도록 돕는 데 사역의 초점을 두고 있다. 장애인 자립을 위해선 이들이 마을 공동체 일원으로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재단이 만든 공동농장에 비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문 매니저는 “공동체 안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장애 가족의 경제적 자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가정이 수시로 만나 교류하는 기회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애인-비장애인 가정 교류 확대

장애 아동을 위해선 재활치료와 장애보조기구를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 가정에는 활동보조인도 보내준다. 가정의 원활한 경제활동을 위해서다. 그는 “이런 맞춤 지원으로 4년 만에 처음으로 걷게 된 아이와 목도 못 가누던 아이가 스스로 앉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기적을 체험하고 있다”면서 “공동체 안에서도 장애 가정과 교류하는 비장애인 가정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장애인 가정의 변화는 크다. 코란도비 마을의 조지 오시카(11)는 다리가 마비돼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다. 온 가족이 오시카의 옆에 있느라 직업을 갖기 힘들었다. 하지만 재단이 보내준 활동보조인 덕분에 가족들이 직업을 갖게 됐다. 오시카는 “저 때문에 가족들이 늘 슬퍼했는데 밀알복지재단의 도움으로 웃음을 찾았다”고 말했다.

해외 난민 장애인 사역까지 지경 넓혀

이 같은 열매들은 다른 국가에서도 영글어 가고 있다. 아프리카 남부의 세계 최빈국 말라위의 장애인 비율은 전체 인구의 15%에 달한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 등이 케냐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재단은 2013년 말라위 은코마 지역에 ‘치소모 밀알센터’를 세우고 장애인 직업교육부터 의료, 재가 장애인 지원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레바논에서는 난민 지원 사역이 활발하다. 재단은 2014년부터 레바논 동부 베카주 자흘레 지역에서 시리아 난민을 지원하고 있다. 난민 중에서도 어린이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통합교육사업이 활발하다. 재단은 난민촌에 ‘밀알학교’를 세웠다. 학교에서는 문맹 퇴치를 위한 언어교육부터 수학과 과학, 미술 등 기초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전쟁 중 정신적 충격을 받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병행하며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있다. 장애 아동들을 위해선 보호장구 지원 사업도 펼치고 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