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편익 늘었는데 코레일·SR 왜 통합하려 하나

입력 2018-04-20 05:05
정부가 수서발 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과 코레일을 통합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명분은 철도의 공공성 강화지만 오히려 공공성을 약화시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KTX를 운행하는 코레일과 철도 노조는 SRT 운행으로 KTX 승객이 줄어들어 코레일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고 그 결과 새마을·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를 운행하기 어렵게 되는 등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코레일과 SR 통합을 약속했다. 그러나 아무리 공약이라 하더라도 경쟁 체제 도입으로 국민들 혜택이 늘어났는데 이를 다시 뒤집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SRT는 KTX보다 요금이 평균 10%가량 저렴하다. 지난해 국민이 아낀 고속열차 요금은 713억원에 달한다. SRT 개통 후 위기감을 느낀 코레일은 운임의 5∼10%를 마일리지로 주는 서비스를 부활했다. SR이 특실에서 견과류를 제공하자 코레일도 따라 하고 셔틀버스 운행, 스마트폰 예매앱 개선 등 서비스 개선에 나섰다. 독점체제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것들이다. 철도시설공단이 설립 13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국가 철도 부채의 이자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낸 것도 SR 영업수입의 50%를 선로 사용료로 받은 덕분이다. 국민들은 저렴한 요금과 질 좋은 서비스를 받고 있고 철도 부채도 줄였는데 누구를 위해 통합하려 하나. 이용객이 적은 벽지 노선이 폐지될 수 있다는 철도 노조의 주장도 억지다. 철도는 버스·항공·여행사 등과도 경쟁한다.

SR이 출범한 지 1년4개월밖에 안 됐는데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SR은 철도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 코레일의 방만한 경영을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수년간 논의 끝에 2016년 말 출범했다. 2011년 이명박정부 때 수서발 고속철을 민간에 넘기려다 코레일과 사학연금 등 공공이 출자한 자회사 형태로 대폭 후퇴했다. 경쟁을 없애면 혜택을 누리는 것은 철도 노조뿐이다. 코레일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성과연봉제를 폐기하고 호봉제로 환원했다. 지난 2월 취임한 정치인 출신의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파업 등 과정에서 해고된 98명을 복직시켰다. 강성 노조 철밥통을 지켜주자고 국민 편익을 없애는 게 말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