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광화문광장에 탁자가 놓인다… 책 읽으라고

입력 2018-04-20 05:00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를 ‘책의 해’로 선포한 가운데 19일 서울 송파구 송파글마루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이 원하는 책을 직접 골라 도서관 서가를 채우는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책의 해 집행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김종민 사진작가 제공
22∼23일 광화문광장서 첫 행사
“시민들이 잔디밭에 누워 책 읽고 북콘서트 접하는 기회 될 것”
다음 달부턴 전국 작은 서점서 다채로운 심야 프로그램 운영
“친구들과 서점 탐방해 보세요”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포한 ‘책의 해’다. 정부가 독서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책의 해’를 지정한 건 1993년 이후 25년 만. 그런데 ‘책의 해’를 선포한다고 바닥으로 떨어진 독서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은 고개부터 가로저을 듯하다.

한국인이 얼마나 책을 읽지 않는지는 각종 통계만 살펴도 실감할 수 있다. 예컨대 문체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한국 성인의 독서율(1년에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비율)은 59.9%였다. 성인 10명 중 4명이 1년간 책을 한 권도 안 읽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결과는 조사가 시작된 9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책의 해 집행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정은숙(56) 마음산책 대표를 만났다. 정 대표는 1985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홍성사에서 출판인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2000년 마음산책을 차렸고, 이 회사를 중견 출판사로 키워냈다.

정 대표는 집행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너무 막중한 일을 떠맡게 돼 부담이 크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집행위에서 벌이는 프로그램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진행한다”며 “어떤 행사를 열든 허투루 돈을 써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책의 해’를 선포한다고 독서율이 올라가겠냐고. 저 역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긴 힘들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대신 저희가 마련한 다양한 행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책의 해’를 기념하는 첫 대국민 행사는 오는 22∼2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책 축제 ‘누구나 책, 어디나 책’이다. 시민들이 책을 읽으며 주말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도록 광장에는 탁자와 편안한 의자가 비치된다. 유명 작가들이 출연하는 ‘저자와의 만남’이나 ‘북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정 대표는 “음악 페스티벌처럼 시민들이 잔디밭에 누워서 책을 읽고 평소 좋아한 작가들도 만날 수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집행위는 다음 달부터는 전국 각지에 있는 작은 서점에서 다채로운 심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심야책방’ 행사를 비롯해 책을 가득 실은 트럭이 독자들을 찾아가는 ‘이동서점, 북트럭’, 출판 생태계의 문제를 다루는 각종 포럼 등도 계획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건 심야책방이에요. 서울 홍대 인근에 독립서점들에서 시작할 거예요. 젊은이들이 친구들과 놀다가 심야에 서점에 들러 첫차 시간이 될 때까지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개성 넘치는 서점들을 탐방할 수 있도록 유인할 겁니다. 이런 노력들이 하나씩 더해지다 보면 한국 사회에 책 읽는 문화가 조금은 확산되지 않을까요.”

‘책의 해’ 표어는 ‘#무슨 책 읽어?’다. 이 문구엔 우리 사회에서 “무슨 책 읽어”라고 묻고 답하는 분위기가 일상적으로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SNS에 익숙한 젊은 독자들 사이에서 독서 캠페인이 확산될 수 있도록 문구 앞엔 해시태그(#)를 붙였다.

그렇다면 정 대표가 요즘 읽는 책은 무엇일까. ‘책의 해’ 표어처럼 ‘무슨 책 읽어’라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열없는 미소를 지었다. “사회학자 노명우 교수가 쓴 ‘인생극장’을 읽고 있어요. 부모님의 삶을 기록한 책인데 촉촉하면서도 애틋한 책이더라고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