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최씨(42)는 이른 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부모님 건강이 걱정이다. 멀리 떨어져 사는 탓에 평소 부모님 건강을 챙겨드리기 어려운 최씨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기 전, 고령에서 여름에 발병률이 높다는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맞혀드리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어떤 백신을 맞혀드리는 것이 좋을지 몰라 고민에 빠졌다.
◇더워질수록 대상포진 발병 증가, 50대 여성에서 가장 많이 발생=대상포진은 수두를 일으켰던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활성화되면서 발병한다. 대상포진은 면역력 저하가 주요한 발병 원인이며 특별한 계절적 요인이 있는 질환은 아니지만, 여름철에 발병률이 가장 높다. 더위로 인해 깨지는 신체리듬, 열대야로 인한 수면질 저하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발병률 증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4년 월별 대상포진 진료인원 현황자료를 살펴보면, 겨울철(1∼2월, 10∼12월)평균 6만7천여명이었던 대상포진 환자는 여름철(7∼9월)에 평균 8만 여명으로 증가했다.
연령의 경우, 면역력이 저하되는 50세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대상포진의 발병률이 가장 높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하면, 2014년 국내 대상포진 환자 수는 약 64만 명으로, 이중 50대가 전체의 25.6%로 가장 많았고 50대 이상은 전체의 약 61%를 차지했다. 성별로 보았을 때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 1.6배 많이 발생했으며, 전 연령 중 50대 여성(27.5%)에서 가장 많이 나타났다. 따라서 중·장년층이라면 무더위가 찾아오기 전, 미리 대상포진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산통보다 심한 통증이 수개월에서 수 년 동안 지속되는 대상포진 합병증=대상포진은 신경절에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한 통증척도에 의하면 대상포진의 통증은 산통, 수술 후 통증보다도 더 심한 것으로 보고 된 바 있다. 대상포진 환자 10명 중 9명 이상은 급성통증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이중 45%는 통증을 매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결과도 있다.
대상포진의 가장 흔한 합병증은 ‘대상포진후신경통’이다. 수포가 치료된 후에도 수개월에서 수년간 극심한 통증이 지속되어 만성피로, 수면장애, 식욕부진, 우울증 등을 불러온다. 발생빈도는 연령에 따라 증가하는데 대개 40세 미만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으나 대상포진을 앓은 60세 이상 환자 40∼70%는 포진 후 신경통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발표된 국내 첫 역학데이터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09∼2013년기준) 대상포진 후 신경통환자는 60% 가량 증가했고, 환자 1인당 연간 치료비용 역시 약 800만원(2009년)에서 약 1300만원(2013년)으로 40% 가량증가하며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상포진이 얼굴에 발생하면 또 다른 합병증이 나타난다. 안부대상포진의 경우 만성재발성안질환 및 시력저하, 녹내장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시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한 연구에 따르면 안면대상포진을 앓으면 뇌졸중 발병위험이 약 4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방백신은 효과와 안전성 오랜 기간 다수에서 확인된 백신으로 선택해야=대상포진은 극심한 통증과 합병증 위험이 높기 때문에 사전예방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백신접종이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대상포진 백신은 두 종류인데 백신을 접종할 때는 예방효과와 안전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한 데이터가 있는지, 출시 후 실제 진료환경 내 연구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도 안전성이 입증되었는지를 따져보고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 가지 데이터가 모두 있는 다국적회사의 대상포진백신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안전성을 입증했고 미국에서 출시 후 10년동안 전세계에서 4천만도즈 이상이 시판되어 안심하고 접종이 가능하다. 50세 이상에서 1회 접종이며, 약 70%의 대상포진 예방효과를 보인다.
대상포진백신을 안전하게 접종하려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몸 상태를 살핀 후 접종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열이 있거나 결핵 등을 앓고 있다면 완치 후 접종하는 것이 권장된다. 대상포진백신을 접종한 후에는 접종부위에 손을 대지 말고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 약 30분 동안은 접종한 곳에 머물면서 이상반응이 나타나는지 살피고 귀가 후에도 3시간정도 주의 깊게 몸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좋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감염내과 박성연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체력과 면역력이 동시에 떨어져 대상포진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중·장년층이라면 여름철이 다가오기 전 체력을 보충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상포진은 생활습관 관리만으로 예방이 어렵기 때문에 50세 이상이라면 백신접종으로 대상포진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예방접종 전후의 주의사항을 숙지한다면 보다 안전하고 확실하게 대상포진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영수 쿠키뉴스 기자 juny@kukinews.com
대상포진 건너뛰기 “똑똑한 백신부터 찾아라”
입력 2018-04-22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