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SK, 날아오르다

입력 2018-04-19 00:11
서울 SK 선수들이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원주 DB를 상대로 승리를 거둬 우승을 확정한 후 코트에 나와 기뻐하고 있다. SK는 2연패 후 4연승을 거두며 18년 만에 프로농구 챔피언 자리에 복귀했다. 뉴시스

6차전서 80대 77로 DB 꺾어… 1·2차 패배 후 4연승 사상 최초
역전 우승 비결은 끈질긴 수비… 화이트 15년 만에 외국인 MVP 선정


벼랑 끝에 몰린 원주 DB의 절박함보다 우승을 향한 서울 SK의 집념이 컸다. SK는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DB를 80대 77로 꺾고 시리즈 전적 4대 2로 우승했다. 1, 2차전을 내리 내준 뒤 4연승으로 따낸 뒷심의 승리였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1, 2차전을 패한 뒤 내리 4연승을 거둔 건 이번이 처음이다. SK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1999-2000시즌 이후 18년 만이다.

끝까지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팽팽한 승부가 이어진 가운데 우승과 준우승을 가린 건 경기 막판의 집중력이었다. 한때 10점차까지 뒤졌던 DB는 4쿼터 이우정의 돌파 득점과 두경민의 3점슛을 묶어 77-79를 만들며 2점차까지 따라갔다. 경기종료 7.5초를 남기고 공격권은 DB에게 있었다.

동점은 물론 역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DB는 이때 뼈아픈 턴오버(실수)를 저질렀다. 사이드라인 밖에서 윤호영이 던져준 공을 디온테 버튼이 더듬으며 공은 그대로 아웃돼 버렸다. 리드 상황에서 공격권을 가져온 SK는 김선형이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 2개 가운데 1개를 성공시켰다. 4.3초를 남기고 DB는 버튼이 공을 급히 몰고 달려가 마지막 3점슛을 던졌다. 하지만 균형을 잃고 던진 슛은 림을 튕겨나왔다.

양팀 모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공을 향해 몸을 내던졌던 경기였다. 선수들은 쉴 새 없이 코트에 쓰러지고 광고판에 부딪혔다. SK도 DB도 상대가 공을 몰고 공격 코트로 넘어오기 전부터 일대일 마크로 괴롭히는 풀 코트 프레스 수비를 펼쳤다.

양보 없는 대결은 공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양팀은 이날 똑같이 75개의 야투를 시도해 40개를 성공시켰다. 2점슛(19개)과 3점슛(11개)의 성공 개수까지 같았다. 경기 결과를 놓고 보면 3점의 점수차는 그저 자유투 3개 차이에서 온 것이었다.

종료 버저가 울리자 이상범 DB 감독이 문경은 SK 감독에게 박수를 치며 다가갔다. 문 감독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SK의 역전 우승은 문 감독이 강조해온 수비의 승리였다. 그는 이날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슛은 안 들어갈 수 있다. 공격에는 기복이 있지만 수비엔 기복이 없다”며 끈질긴 수비를 주문했다. SK 선수들은 DB의 공을 11번이나 가로채며 문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문 감독이 “너는 우리 팀의 에이스가 된다”고 줄곧 용기를 북돋웠던 외국인 선수 테리코 화이트는 1옵션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날도 양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22득점을 올렸고,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외국인 선수가 챔프전 MVP에 선정된 것은 15년 만의 일이다. 화이트는 “MVP는 신경쓰지 않고 팀의 승리만 생각했다”고 했다.

부상을 극복하고 돌아온 주장 김선형은 예년의 화려함을 버리고 팀플레이에 집중했다. 최후의 순간까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DB의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김선형은 “버저가 울리자 힘들게 걷던 재활 때가 생각나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이날 경기장을 찾아 감독·선수들과 우승의 감동을 함께했다.

경기 전 “(7차전을 위해)원주로 돌아가자”고 DB 선수들에게 외쳤던 이 감독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챔프전 4차전까지 너무 많은 체력을 소진한 DB는 5차전부터 급격히 떨어진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은퇴를 선언한 베테랑 김주성에게 통합 우승을 선물한다는 계획도 실패로 돌아갔다. 정규리그 MVP인 두경민의 무릎이 좋지 않았던 점이 DB로서는 안타까웠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