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리더십’ SK 문경은 감독 “5년 前 챔프전 4연패가 큰 공부”

입력 2018-04-19 00:12
문경은 서울 SK 감독이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후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SK 문경은(47) 감독은 현역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람보 슈터’로 명성을 떨쳤다. 농구대잔치가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1990년대 초 연세대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고, 역대 프로농구 개인통산 최다 3점슛 기록(1669개)을 보유한 최고의 스타였다.

스타 출신 문 감독도 여느 초보 사령탑들이 겪는 고충을 피할 수 없었다. 감독대행 신분으로 지도자 첫 발을 뗀 2011-2012 시즌 SK는 정규리그 9위에 그쳤다. 12-13 시즌 정식 감독이 된 그는 한 시즌 역대 최다승(44승 10패)을 거두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에서 고배를 맛봤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울산 현대모비스를 만나 4전 전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때 문 감독은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팬들로부터 ‘문애런’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다. 전통적으로 스타 군단이었던 SK는 화려한 농구를 펼쳤으나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문 감독은 그렇게 단맛과 쓴맛을 보며 배웠다. 경험을 밑거름 삼아 팀을 운영하고 선수들을 다스리는 능력을 키웠다. 때로는 선배 지도자들을 찾아가 고개를 숙였다. 각 사령탑의 장점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기 위해서였다.

문 감독은 부임 초기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칭하는 ‘형님 리더십’을 내세웠다. 하지만 팀워크를 저해하는 선수들에게는 채찍질도 마다하지 않았다. 항상 선수들에게 “나 혼자 돋보이려 하지 말고 같이 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팀을 하나로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문 감독은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SK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알리는 축포가 터지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너무 기쁘고 우리 선수들을 사랑한다. 4연패를 당한 5년 전 첫 챔프전은 제가 공부를 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결정전에서는 2연패 뒤 3차전 승리로 자신감을 얻어 우승까지 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아내가 챔프전 경기에 올 때마다 승리했다. 지난해 고3 수험생 딸, 승부의 세계에 있는 남편을 뒷바라지하느라 너무 고생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