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평화협정은 쌍궤병행” 환영… 北·美 밀착엔 경계감

입력 2018-04-19 05:00

그동안 일관되게 체결 강조 외교부 “북·미 대화 환영”
시진핑은 “4개국 평화협정” 주한미군 철수론 대응 주목

청와대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등에 의제로 올리기로 한 ‘정전협정 체제의 평화협정 체제 전환’은 중국도 늘 강조하고 지지해온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체제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을 입버릇처럼 얘기해온 중국은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북한이 미국과 과도하게 가까워지는 상황까지 중국이 달가워할지 미지수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미 간 직접 대화와 접촉을 환영한다”면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각국이 쌍궤병행 사고에 따라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희망한다”며 “중국은 휴전협정 체결자로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시진핑(習近平·사진) 국가주석은 지난달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과 미·중 4개국이 참여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쌍궤병행에서 한발 나아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 중국도 당사국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은 1974년 북한이 미국에 남북 평화협정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정전협정 당사국의 권리를 북한에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중국은 정전협정 서명국이지만, 종전선언 당사국은 아닐 수 있다.

CNN방송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5월∼6월 초 정상회담 후 가능하면 일찍 북한을 방문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따라서 시 주석이 이르면 6월 중 방북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북한 방문을 서두르는 것은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지난 1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 “중국은 쌍궤병행 사고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추진하면서 한편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해 결국 일괄적인 해결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강조해온 쌍중단(북한 핵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 방안이 힘을 얻어가는 흐름에 다소 고무된 분위기다.

하지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핵심 이슈가 될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에 대해 북한과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북한은 겉으로 미군 철수를 주장해왔지만 주한미군이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도 일부 갖고 있다고 한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0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의 역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THAAD) 배치에서 보듯 미군을 최고의 위협으로 보고 있어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게다가 아주 먼 얘기이긴 하지만 평화협정 논의가 잘돼 북·미 수교까지 가시화되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을 중국이 용인할지도 의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만 역으로 미국의 힘을 차단해주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