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절벽인데… 도심 정비사업 단지는 선방

입력 2018-04-20 05:05

청약경쟁률 상위 7곳 차지… 풍부한 생활인프라 매력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선전… 당산·마포 등지 흥행 성공


거래절벽과 미분양이 전국을 강타했지만 재개발·재건축 등 도심 정비사업 아파트 단지는 선전하고 있다.

업계와 금융결제원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택 분양시장 청약경쟁률 상위 10곳 중 7곳은 정비사업 단지였다. 양도세 중과세 등 정부 규제에 다주택자들이 눈치를 살피고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굴러가면서 생활인프라가 풍부한 도심 정비사업 단지가 각광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최고 청약경쟁률은 대구 남산재마루지구를 재건축한 삼호 ‘e편한세상 남산’으로 특별공급을 제외한 191가구 모집에 6만6184명이 몰려 최고 670대1, 평균 346.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전 탄방동 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둔산’이 평균274.93대 1로 뒤를 이었다. 수도권에 비해 청약 열기가 상대적으로 덜한 지방 분양시장에서 거둔 성과라 더 의미가 있다.

수도권도 재건축·재개발 선전이 두드러졌다. 서울 당산동 상아·현대 아파트를 재건축한 현대산업개발의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는 최근 진행된 분양에서 평균 79.9대 1로 1순위 마감돼 올해 수도권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마포구 염리3구역을 재개발한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도 특별공급을 제외한 300가구 모집에 1만4995명이 몰리면서 평균 49.98대1로 1순위 마감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이 같은 트렌드는 6·13 지방선거 국면에서도 감지된다. 유력 후보들이 뉴타운 등 대규모 개발보다는 현 정부 기조에 맞춘 도심재생·정비에 무게를 둔 공약을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맞춤형 도시재생을 올해 중점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 TV토론에서 박영선·우상호 의원은 박원순 시장의 부동산 대응을 비판하면서 도심 정비 및 재건축에 방점을 찍은 정책들을 앞다퉈 쏟아냈다. 박 의원은 폐교나 재건축이 필요한 학교를 신혼부부와 학부모 아파트로 바꿔 짓고, 전통시장 위에 청년주택을 세워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우 의원은 철도 선로와 유휴부지를 활용해 플랫폼 타운을 조성하고,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야당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 후보는 서울시장 출마선언에서 “‘한강르네상스’니 ‘도시텃밭’이니 하다가 덩그러니 남겨진 ‘노들섬’과 같은 전시행정의 유물들도 원래 우리 삶 속으로 돌려놓을 것”이라며 대규모 개발 정책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