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 후보 저격… 진상규명 늦었지만 다행”

입력 2018-04-18 23:45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2018 함께 서울 누리축제’ 개막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 MBC가 보도한 ‘안철수 후보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이 사실상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사 합의로 설치된 MBC 정상화위원회는 “표절 의혹을 제기한 취재원과 인터뷰이의 신원은 불분명한 반면 표절이 아니라고 밝힌 취재원의 발언은 아예 보도에서 배제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사실상 조작된 보도”라고 18일 밝혔다.

MBC는 2012년 10월 ‘뉴스데스크’ ‘뉴스투데이’ 등에서 세 차례에 걸쳐 안 후보의 1991년 서울대 의학박사 논문이 같은 학과 서모 교수의 논문을 거의 표절했다는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뉴스에서는 해당 논문이 표절이라고 말한 취재원 두 명이 등장했는데 둘 다 음성 변조 상태로 방송됐다. 조사 결과 이들의 인터뷰 내용은 MBC 영상 자료 아카이브에 남아있지 않았고, 담당기자는 이들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S대 H교수, Y대 K교수 인터뷰 내용은 뉴스에 실리지 못했다. H교수는 표절 기준에 대한 근거를 들며 “학자로서 윤리 검증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한마디로 표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K교수는 “표절이라고 말하는 것은 시비를 거는 것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는 취재원도 정체불명이다. 해당 보도를 한 기자는 2012년 9월 말 국회 복도에서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취재원을 만나 표절 의혹이 정리된 문건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취재원의 이름과 소속은 기억나지 않고, 취재원을 소개해준 지인은 사망했다는 게 담당 기자의 설명이다.

담당 기자는 일방적인 주장만 나간 것에 대해 “첫 보도부터 김장겸 당시 정치부장이 주도했다. 부장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MBC 정상화위원회의 발표에 대해 “너무 늦은 진상규명이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MBC 보도는 대선 출마 권유를 받고 있는 인물을 정치권력이 언론을 이용해 저격한 사건이며, 이런 식으로 권력이 언론을 이용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승호 MBC 사장은 이날 안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사과했다. 안 위원장 측은 김장겸 전 MBC 사장 등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문수정 문동성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