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KT, 정부 지분 없는데 정권마다 회장 교체 ‘판박이’

입력 2018-04-19 05:00

두 기업 다 ‘최순실’ 연루 비슷한 때 수장 거취 논란
자격 심사·지배구조 개편 외풍 차단 노력도 허사
포스코, 차기 선임 착수 “투명·공정한 절차 거칠 것”

포스코와 KT는 정권이 바뀌면 판에 박힌 듯 비슷한 정치적 논란을 겪어 왔다. 18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사임의사를 밝혔고, 전날인 17일엔 KT의 황창규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과거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대기업의 수장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물러나거나 물러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두 기업은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다. 포스코는 2000년, KT는 2002년 각각 민영화됐고 두 기업 모두 외국인 지분이 50% 내외다.

하지만 정부마다 정경유착 의혹에 시달렸고, 정권이 바뀌면 그동안의 비리가 드러나 수장이 중도하차하는 일이 일종의 법칙처럼 자리 잡았다.

포스코와 KT는 모두 박근혜정권 당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 포스코는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씨가 포스코 계열 광고사인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는 데 연루됐다. KT도 최순실 게이트에 관련된 임원 채용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포스코는 민영화되기 전 고(故) 박태준 초대회장이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의 불화로 사퇴한 것을 시작으로 김영삼정부에서만 무려 4명이 교체됐다. 김대중정부에서는 김만제 전 회장, 노무현정부에서는 유상부 전 회장이 사퇴했다. 이명박정부에서도 이구택 전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다가 돌연 자진사퇴했다. 권 회장의 전임인 정준양 전 회장도 박근혜 정부 당시 주요 정부 행사에서 배제되다 사임했다.

KT도 비슷한 수난을 겪었다. 김대중정부 때 KT 이용경 사장은 노무현정부가 들어서자 연임을 포기했다. 노무현정부에서 선임된 남중수 사장은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납품 혐의로 수사가 시작되자 사임했다. 이석채 회장은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후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다 퇴진했다.

두 기업의 외풍 차단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포스코는 2014년부터 CEO 승계 카운슬(council)을 구성해 후보군을 발굴하고 사외이사가 중심이 되는 이사회에서 자격심사 대상을 선정하는 등 총 6단계의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투명한 CEO 선임 과정을 정착시키기 위한 조치다.

KT도 스스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지난 3월 지배구조를 개편하기도 했다. CEO추천위원회가 갖고 있던 CEO 선임 권한을 지배구조위원회와 회장후보심사위원회, 이사회로 분리했다. 또 CEO 후보 심사조건에 ‘기업 경영 경험’을 넣었다. 정치권, 관료 출신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조치도 정권이 바뀌면 경영진도 바뀌는 악순환을 막지는 못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들의 경우 CEO를 선임하는 사외이사들부터 독립적인 인사로 뽑아야 한다”며 “공정하게 일할 수 있는 사외인사들이 CEO를 뽑도록 해야 이들 기업의 악순환이 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CEO 승계 카운슬’을 내주 초 개최해 차기회장 선임절차와 방법 등을 논의한다. 포스코 이사회 의장인 김주현 사외이사는 “가까운 시일에 승계 카운슬을 소집해 앞으로 자세한 일정과 절차를 어떻게 해나갈지 다시 설명하는 과정을 갖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이 생각하는 포스코에 대한 기대가 있고, 지분이 50%가 넘는 글로벌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이 많기 때문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선임하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후보 선임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유성열 기자 joylss@kmib.co.kr

그래픽=이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