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나온 ‘평화’ 프로세스… 남북회담서 ‘정전→평화협정’ 초석

입력 2018-04-19 05:01
유엔군사령부 경비대 헌병들이 지난 11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는 최근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항공편으로 방북해 북한 측과 비핵화에 대한 사전 조율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P뉴시스

27일 문 대통령-김정은 만남서 10·4 선언 계승 재확인할 듯
현재로선 최종 종전선언은 남·북·미 3자보다는 中 포함한 4자 선언 가능성 커
문정인 “남북 정상, UN서 평화선언 하는 것도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 논의 축복’ 발언을 내놓으면서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에 명시됐던 ‘3자 또는 4자의 종전선언’ 이행이 11년 만에 파란불이 켜졌다. 종전선언은 법적 효력을 갖지 않는 정치적 선언이지만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첫 발걸음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적지 않다.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선언 구상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 처음 등장했다. 당시 남북은 정전체제 종식과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3자 또는 4자 정상이 종전선언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2005년 9·19 공동성명 공약 사항인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기 전 정전협정 당사국 정상들이 먼저 정치적 선언을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종전선언 구상은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후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후 남한이 대북 강경책으로 돌아서면서 종전선언은 무산됐다.

종전선언은 10·4 선언의 ‘3자 또는 4자’ 문구에 따라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 주체가 된다. 2007년 정상회담 당시 우리 측은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주장했지만 중국의 한반도 개입을 꺼렸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자’를 고집해 최종 문안은 3자 또는 4자로 확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문구는 북한이 남한을 평화협정 논의 당사자로 인정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10·4 선언 전까지 북한은 남한을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평화협정 논의에서 배제하고 북·미 대화를 고집했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는 북한과 중국, 유엔(미국)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는 27일 정상회담에서 10·4 선언을 계승해 종전선언 추진 의사를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5월 말 또는 6월 초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경우 미국도 종전선언 참여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최종적인 종전선언 발표는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 차원에서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급물살을 탄 북·중 관계를 미뤄볼 때 현재로선 중국까지 포함한 4자 종전선언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도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이고 북·중 관계도 개선 추세여서 북한이 중국을 따돌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미국의 동의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확실한 비핵화 이행 약속을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선언 이후에는 선언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본격화된다. 정치적 의미밖에 없는 종전선언과 달리 평화협정 체결은 한반도 휴전 상태를 법적으로 종결하는 절차다. 유엔군사령부의 지위, 한·미동맹의 성격 등 상당히 까다로운 의제가 포함돼 있어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면 남북 정상이 유엔에서 평화선언을 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중대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은 경제적, 정치적 양보를 하는 대가로 북한에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핵전력 공개, 핵 사찰 허용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