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서윤경] 삼성전자 작업환경 보고서 본 위원들 깜짝

입력 2018-04-18 18:55

“보고서를 본 전문위원들도 화들짝 놀랐습니다.” “정보가 중국 등 경쟁업체에 들어간다면 이는 ‘(중요 정보를) 드십시오’라는 것과 같다는 말도 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8일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산하 반도체전문위원회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됐는지를 검토하기 위해 최근 진행한 회의 뒷얘기를 이같이 전했다. 이 관계자는 “보고서 안에는 공정명과 공정 레이아웃이 표시됐다”면서 “가령 몇 층에 몇 라인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설비나 공정의 최적 배치도를 유추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정이나 설비 배치는 경우의 수가 수만 가지인데 후발 주자 입장에서는 (최적화 과정을 찾는 데) 수개월에서 몇 년이 소요된다”면서 “(보고서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정보”라고도 했다.

그 결과 전문위원들은 보고서 안에 국가핵심기술 일부가 포함돼 있다는 일치된 판단을 내렸다. 공개될 경우 한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 2017년 온양공장에 비치됐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엔 공장 내 화학물질 성분, 공장 라인 위치 등 세부적인 내용이 들어 있었다. 두께만 10㎝, 60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었다.

하지만 국가경제를 이유로 작업현장의 노동자 안전은 외면해도 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지 유족은 보고서를 모두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보고서 양이 많은 데다 비전문가들은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문용어들이 나열돼 있다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산업부 관계자조차 전문위원들의 얘기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유족으로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문위원들도 이 같은 비판 여론을 예상한 듯 보인다. 논란을 막기 위해 보고서 작성에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경쟁 기업들이 알아볼 수 없도록 관련 용어를 코드화하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러나 노동자 재해보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가 우선인 산업부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고용부에서 해야 할 일입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