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과시·영향력 행사 의도 ‘급 올려준다’ 미끼 당원 가입 독려
친인척 이름까지 빌리기도… 작년 7월 2800여명으로 확대
‘경인선’ 조직해 구체적 개입… 공소시효 지나 처벌은 어려워
인터넷 여론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모(48·닉네임 드루킹)씨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을 이용해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과 대의원 수천명을 확보한 뒤 당내 대선 경선 등에 개입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공모를 조직력을 갖춘 모임으로 만들어 민주당 의원들에게 세를 과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국민일보가 18일 확보한 경공모 내부 메일에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조직화’를 하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세상이 바뀐다. 조직화 일환으로 5000명의 대의원·당원 만들기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며 “그 정도 숫자는 돼야 여당인 민주당 안에서 우리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메일은 대선 두 달 뒤인 지난해 7월 16일 김씨가 회원들에게 직접 보냈다고 한다.
김씨는 “현재 경공모 회원님들이 등록해주신 당원, 대의원 숫자는 총 2800명”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당대회나 경선, 대선 등 여러분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저의 요청에 응하여 일사불란하게 도움을 주시기 바란다”며 “바로 경공모가 조직화되고 있다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김씨 말이 사실이라면 대선 무렵 이미 상당한 숫자의 당원 조직이 형성됐다는 의미다.
경공모 고위 등급으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원래 경공모에는 민주당원이 많지 않았지만 김씨가 2016년 가을 무렵 회원들에게 당원 가입을 독려했다”며 “경공모에 충성해야 등급을 올려주니 많이들 가입했다. 남편·아내와 친인척 이름까지 빌려 당원으로 등록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씨가 민주당에 (자신이) 수천명의 당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료를 보여주며 세를 어필했다”며 “민주당에 열렬히 충성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뒤 문재인 캠프에 줄을 대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회원들에게 민주당 권리당원 가입을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권리당원 수치 파악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경공모 회원들을 대상으로 ‘민주당 권리당원 현황 등록’이라는 설문조사까지 실시했다. 그가 회원들에게 전달한 당원 관련 글에는 ‘2016년 9월 2000여명’ ‘2017년 4월 2200명’ ‘2017년 7월 2800명’ 등으로 약 10개월간 800여명이 늘어난 흔적이 발견됐다.
김씨가 충성도가 높은 경공모 회원들을 중심으로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조직을 만들고 민주당 경선 과정에 구체적으로 개입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전 경공모 회원은 “경인선은 1000여명에 달하는 경공모 열성 회원들로 구성됐다”며 “드루킹이 조직원을 이끌고 유세 현장을 따라다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경공모·경인선이 경선 과정에 참여하며 특별한 대가를 약속받은 것은 없다고 했다.
공직선거법은 동호회, 향우회 등을 불문하고 사적인 모임을 만들어 선거운동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문서나 사진 등을 선거운동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사람이 인터넷 등에 올리는 행위도 불법이다. ‘선플’ 작업이었다 해도 조직적으로 나섰을 경우 업무방해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법무법인 하나 강신업 변호사는 “권리당원을 모아 민주당 경선 내지 대선에 개입했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다만 공직선거법은 공소시효가 6개월이라 처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방극렬 기자 nine@kmib.co.kr
[단독] 드루킹, ‘경공모’ 이용 與 대선·경선 개입 시도
입력 2018-04-18 18:40 수정 2018-04-19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