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을 중심으로 암약하는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이모(38)씨 일당은 2011년부터 중국 칭다오에서 여러 개의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했다. 막대한 범죄수익으로 마이바흐 벤틀리 페라리 등 고가의 수입차를 몰았고 롤렉스 브레게 등 명품 시계를 찼다. 이씨는 경찰관에게 뇌물 3700만원도 상납했다. 이들이 탈루한 세금은 최소 140억원으로 추산된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재억)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에 가담한 혐의로 73명을 적발해 이씨 등 18명을 구속 기소하고 2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이 파악한 탈세액은 수사 중인 부분을 포함해 2000억원이 넘는다. 검찰은 국세청에 자료를 제공해 이들에게 세금을 부과토록 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불법도박 규모는 83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를 넘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불법도박 수사와 처벌에는 한계가 있었다. 여태껏 도박사이트 운영자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이나 형법상 도박장소개설죄 등 선고형량이 높지 않은 범죄로 처벌해 왔기 때문에 범죄자들 사이에서 “몇 년 살고 나오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차명계좌를 사용하고 현금인출 등의 수법을 동원해 자금추적이 어려웠기에 실질적인 범죄수익 박탈로 이어지는 사례도 드물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도박사이트 매출액은 부가가치세, 수익금은 종합소득세 과세대상이라고 판결했다. 위법한 사업이나 소득도 과세대상이라는 학설이 있었지만 이 판례로 도박사이트 운영자를 조세포탈로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조세포탈 범죄의 경우 연간 포탈세액이 10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포탈세액의 2∼5배 상당 벌금도 부과된다.
검찰은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도박사이트 운영자에 대해 도박장소개설 혐의로 수사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경제적 이익 자체를 박탈하는 조세포탈 범죄로 기획수사를 전개했다. 검찰은 형평성을 감안해 도박장소개설 혐의로 이미 처벌받은 사범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 재판에 넘겼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도박사이트 꼼짝마! 2000억대 조세포탈 엄벌
입력 2018-04-19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