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화협정 체결, 확고한 비핵화가 전제돼야

입력 2018-04-19 05:00
남북 정상회담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의 청사진이 드러나고 있다.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의 평화협정 체제 전환이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는 게 큰 그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남북한의 종전 문제 논의를 축복한다”며 종전 선언이 의제로 논의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지지 의사를 갖고 있음을 공개했다. 미국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언급한 것은 2006년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 발언 이후 처음이다. 부시 대통령은 당시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할 경우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의 하나로 ‘한국전쟁의 종료 선언’을 언급했다. 미국에서 종전 선언 얘기가 나오자 청와대는 브리핑 등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바꾸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선언 언급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의 극비 방북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면담도 그렇다. 폼페이오 지명자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회담의 시기와 장소, 무엇보다 의제를 조율했을 것이다. 북한은 체제 보장을 강력히 요구했을 것인데, 이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문서가 전쟁 당사국들의 종전선언과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이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일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을 것이다. 일단 폼페이오 지명자와 김 위원장 간 탐색전의 분위기는 크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등을 북·미 정상회담이나 북·미 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내걸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우리는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하고 있으며 양측에 상당한 호의가 있다고 믿는다”고 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남북한 간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라는 것이다.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공동 발표한 ‘10·4 정상선언’에서도 이미 다뤄졌다. 10·4 공동선언 제4항에는 “현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었다.

결국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체제 구축 방안은 법적 문서나 선언이 아니라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를 담보하는 것이다. 정부는 향후 북한의 제재해제 요구와 미국의 비핵화 조치 선행이 부딪힐 때 기본 원칙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라는 것을 견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