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등판에… 오타니, 첫 쓴맛

입력 2018-04-18 18:49 수정 2018-04-18 21:53
미국프로야구 LA 에인절스의 일본인 투수 오타니 쇼헤이(오른쪽)가 18일(한국시간) 홈구장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2회 포수 마틴 말도나도(가운데)와 대화하고 있다. 오타니는 이날 2이닝만에 홈런 1방을 맞는 등 3실점 하면서 물러나 시즌 첫 패를 기록했다.AP뉴시스

1회초 선두 타자에 홈런 허용 결정구 스플리터도 난조 보여
갑작스러운 등판 일정 조정이 컨디션 조절 실패로 이어진 듯
휴스턴 등 강팀과 향후 승부가 진정한 ‘이도류’ 시험대 될 전망

미국프로야구(MLB)에서 투타겸업으로 맹활약 중인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마운드 위에서 첫 쓴맛을 봤다. 오타니는 첫 패배를 안긴 보스턴 레드삭스에 이어 향후 강팀과의 승부를 앞두고 있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오타니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MLB 정규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2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2볼넷 3실점으로 부진했다.

이날 오타니는 1회초 보스턴의 선두 타자 무키 베츠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며 출발부터 불안했다. 팀이 0-1로 끌려가던 2회초엔 볼넷을 허용, 위기를 자초하며 2점을 더 내줬다. 2회초까지 소화한 후 오타니는 오른손 중지의 물집을 이유로 조기 강판됐다. 에인절스가 보스턴에 1대 10으로 완패하면서 오타니는 MLB 데뷔 이후 처음으로 패전의 멍에도 썼다.

오타니는 시속 160㎞에 달하는 빠른 공을 던졌지만 결정구인 스플리터가 난조를 보였다. 제구가 되지 않으면서 공을 66개나 던졌고 이중 스트라이크는 34개에 그쳤다. 컨트롤이 잘 되지 않아 공을 패대기치는 장면도 나왔다. 경기를 마친 후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오타니의 스플리터가 지난 경기(오클랜드전) 때와 달랐다”고 말했다.

앞서 승리를 챙겼던 두 경기에서 오타니는 13이닝 동안 183개를 던져 122개가 스트라이크였고, 볼은 61개에 불과했다. 또 2개의 볼넷을 내줄 동안 삼진은 18개나 잡아냈다.

이날 제구가 흔들린 것은 갑작스러운 등판 일정 조정에 따른 컨디션 조절 실패가 원인으로 꼽힌다. 당초 오타니는 지난 16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설 예정이었으나 혹한으로 경기가 취소돼 등판이 갑자기 미뤄졌다.

오타니는 이번 보스턴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투타겸업의 능력을 타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타니가 앞서 2승을 거두고 맹타를 휘두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8승 10패)는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4위의 약체인 반면, 보스턴은 14승 2패(승률 0.875)로 AL 동부지구 1위 및 MLB 전체 승률 선두인 최강팀이었다.

오타니는 예정대로라면 타자로 20일쯤 보스턴을 다시 만나는데 선발투수는 올 시즌 1승 무패 평균자책점 3.72의 수준급 기량을 지닌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가 유력하다. 또 가장 유력한 등판일인 오는 25일에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휴스턴 애스트로스, 다음 달 9일 MLB 팀홈런 1위인 콜로라도 로키스, 16일 다시 휴스턴과 만나는 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고문은 이날 “오타니가 투구 밸런스를 완전히 잃어 버려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지 못했다”며 “2회까지 소화하면서 60구 이상을 던질 정도니 정말 안 풀리는 날”이라고 평했다. 이어 그는 “변경된 일정으로 인한 등판 간격이나 타격을 병행하면서 생긴 체력적 문제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오타니의 갑작스런 부진을 분석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