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회사와 은행들이 차명계좌(계좌 실소유주와 실제 돈의 주인이 다른 계좌) 차등과세에 불복해 이르면 이달 말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반면 ‘차명계좌 과세’를 촉발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당국의 과세 처분을 따르기로 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와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 20곳, 은행 15곳은 과세 불복 이의절차를 진행 중이다. 조세심판원에 이의제기를 한 후 기각되면 소송에 들어간다.
국세청은 지난 2월부터 금융회사와 은행에 ‘차명계좌 소득에 차등세율 90%를 적용한 세금을 대리 납부하라’고 고지했다. 과세 대상은 금융실명제법 이후 만들어진 차명계좌에서 2008년부터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이다.
당국은 애초 실명제 후 개설된 차명계좌의 경우 어쨌든 실명이 확인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 차등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가 불거지자 입장을 바꿨다.
금융회사들은 차등과세 대상자 중 일부가 반발하자 대리로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관련법상 금융회사가 국세청에 대신 세금을 내고 계좌 실소유주에게 따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2∼3월 각 금융투자회사와 은행에 매긴 세금은 각각 1030억원, 12억6000만원이다. 이달 초에 고지한 세금까지 합치면 액수는 더 늘어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계좌 실소유주에게 불복 여부를 묻고 있다. 이게 끝나면 소송금액이 확정될 것”이라며 “차명계좌 실소유주 중에 재벌기업 회장들이 있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금융투자사·은행들 이르면 이달 말 차명계좌 차등 과세 불복 ‘소송’한다
입력 2018-04-18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