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등 포털들 표현의 자유 내세워 반발
광고 수익 높이는 서비스라 사실상 중단하기 어려워
방지 기술 개선 약속했지만 업계는 실효성에 의문 제기
드루킹 일당이 네이버 뉴스 댓글의 공감 수를 늘리는 데 ‘매크로’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포털 내 뉴스 댓글 폐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포털은 “댓글은 뉴스 콘텐츠의 핵심 서비스라 폐지할 수 없다”며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애초에 모든 매크로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은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드루킹 일당은 여러 아이디로 IP주소를 바꿔가며 로그인한 뒤 특정 댓글의 공감 버튼을 누르는 방식의 매크로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크로란 사람 대신 프로그램이 동일 행동을 반복하도록 만든 소프트웨어다. 매크로를 활용하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수백개의 댓글을 쓰거나 공감을 누르도록 만들 수 있다. 김씨 일당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수 아이디·IP 주소 변경’ 방식을 쓰면 네이버의 매크로 방지 핵심 기술인 ‘캡차’와 ‘댓글 작성·공감 수 제한’을 모두 우회할 수 있다.
드루킹 일당은 정부의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결정 관련 2개의 댓글에 614개의 포털 아이디를 활용해 공감을 누른 것으로 조사됐다. 두 댓글은 공감수 4만건을 넘기며 ‘베스트 댓글’에 올랐다. 매크로가 댓글 여론을 조작한 것이다.
포털 댓글이 여론을 왜곡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네이버는 ‘기술’로 매크로를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네이버는 매크로 방지 기술로 아이디 1개당 하루에 남길 수 있는 댓글 수를 20개로 제한하고, 비슷한 IP주소에서 여러 아이디로 로그인할 경우 캡차(문자열을 보여주고 해당 문자를 입력해야 로그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번 ‘매크로 댓글 조작 사건’에서 방지기술이 허물어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내 포털도 구글처럼 아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용자가 뉴스 콘텐츠를 클릭했을 때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포털은 포털 안에서 뉴스를 보여주는 ‘인링크’ 방식을 쓰지만, 구글은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해주는 ‘아웃링크’ 방식을 쓴다. 포털 안에서 댓글을 달 수 없게 만들어 여론 왜곡 책임의 빌미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반면 포털은 “댓글 폐지는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댓글 폐지와 아웃링크 방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대신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는 등 매크로 방지 기술을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털이 겉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댓글 폐지를 반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댓글이 이용자의 포털 체류시간을 늘려 광고 수익을 높이는 전략이라 중단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매크로 방지 기술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그동안 핵심 매크로 방지 기술로 제시해온 캡차는 사실 간단한 IP주소 변경만으로 피할 수 있다”며 “일단 아이디만 여러 개 확보하면 매크로 방지 기술을 뚫는 건 쉽다”고 설명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다시 고개 드는 댓글 폐지론… “구글처럼 하자”
입력 2018-04-18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