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송인우 판사는 18일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 박모씨가 법원의 잘못된 재판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박씨의 변호사는 지적장애인인 박씨의 처지를 배려하지 않은 잘못된 판결이었는데도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2001년부터 14년간 전남 신안군의 한 염전에 감금돼 염주 A씨로부터 노동력 착취 및 폭행을 당했다. A씨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2014년 10월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재판부는 박씨가 제출한 처벌 불원서를 근거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소를 기각했다.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도 “박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양형에 참작했다. 이후 A씨의 변호인이 판결 선고 사흘 전 쉼터를 찾아와 박씨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 불원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2심 재판부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양형이 부당하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를 기각했다. 박씨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송 판사는 박씨 측 주장이 사실로 인정된다면서도 국가의 배상책임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송 판사는 “법관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목적을 갖고 재판을 했다거나 법관의 권한을 명백히 잘못 행사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박씨 등 염전노예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아온 최정규(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박씨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1급 지적장애인이지만 처벌 불원서 작성 당시 사회복지사가 대동하지 않았고 합의를 뒷받침할 인감 증명도 내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재판부가 처벌 불원서의 효력을 인정한 것은 지적장애인의 처지를 사려 깊게 따지지 않은 기계적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손배소 패소 판결은 법관이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 판결을 내려도 국가가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장애인의 권익을 짓밟은 죄에 대한 처벌이 가벼운 한 제2, 제3의 현대판 노예 사건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이가현 기자 Isaiah@kmib.co.kr
염전 노예 피해자, 국가 상대 손배소 패소
입력 2018-04-19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