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시리아에 군대를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실행에 옮겨지면 현지에 주둔 중인 숙적 이란군과 무력충돌이 빚어지는 등 시리아 내전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과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파병을 미국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아델 장관은 “우리는 시리아 위기가 시작됐을 때부터 미국과 파병을 논의했다”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에도 파병을 제안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을 대체하기 위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군 등으로 구성된 아랍군 창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내부에서는 사우디군이 시리아에 주둔하면 무분별한 군사행동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예멘 내전에 개입 중인 사우디는 현지에서 반군을 소탕한다며 민간인을 공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장 예상 가능한 상황은 사우디가 시리아에 민병대를 보내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는 이란과 충돌하는 경우다. 사우디와 이란은 각각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종주국으로 오랫동안 대립해 왔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연맹은 지난 15일 사우디 다란에서 열린 아랍권 정상회의에서 “이란은 중동 주변국에서 군사조직을 철수하고 내정간섭을 중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군사 대치도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시리아에서 자국과 국경을 맞댄 지역에 군사기지를 구축하고 있다며 위성사진 공개와 함께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2013년부터 100차례 이상 시리아를 공습했다. 더타임스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대결이 시리아를 둘러싼 본게임이라고 지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아랍맹주’ 사우디 “파병 논의”… 판 더 커지는 시리아 내전
입력 2018-04-19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