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전면 개정증보판이다. 내용은 대폭 수정했고 사진도 저자가 직접 촬영한 자료로 대체했다. 584쪽에 이르는 만만찮은 분량이지만 내용은 딱딱하지 않다. 저자는 서울신학대 유재덕(기독교교육과) 교수로 2000년 기독교 역사를 쉽게 풀어냈다. 기존 교회사가들이 시대순으로 역사를 정리했다면 유 교수는 일반 세계사와 기독교 역사,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기술했다. 역사 속 사건의 배경과 문화에 대해서도 지나치지 않고 세밀히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 교수는 17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역사서 집필에 당시 배경지식과 문화를 담은 것은 오늘의 기독교 역사를 만든 계기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며 “AD 64년 로마의 네로 황제 때 발생한 화재 사건이나 아우구스티누스의 모친 모니카가 아들을 계속 따라다닌 사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 교수는 로마의 대화재를 조사하기 위해 현장을 답사했다. 그는 “로마는 지금도 여름에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며 “당시 화재는 7월에 발생했는데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돼 일주일간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화재는 민심을 험악하게 만들었고 네로 황제는 화마의 원인을 소수 그리스도인에게 돌렸다. 초기 기독교 박해는 이렇게 시작돼 그리스도인은 전 세계로 흩어진다.
이밖에도 마르틴 루터가 부인 카타리나 폰 보라를 너무나 사랑해 신약성경 갈라디아서에 비유했던 이야기, ‘신학대전’을 썼던 토마스 아퀴나스는 그가 소속한 수도회 규칙상 도보로만 다녀야 해서 1600㎞를 걸었다는 일화 등은 흥미진진하다. 책의 주요 부분마다 박스 정보를 배치해 읽는 재미도 더했다.
유 교수는 “기독교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기독교인의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그리스도인들이 세대를 이어가며 전달하는 집단 기억”이라고 설명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2000년 기독교 역사를 시공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입력 2018-04-1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