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강백호, 1이닝 마무리면 ‘투타겸업’ 충분히 소화”

입력 2018-04-20 05:04
유정민 서울고 감독이 지난 17일 학교 운동장에서 지난해 6월 제자 강백호(KT 위즈)에게서 생일 선물로 받은 배트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강백호는 당시 자신의 배트에 ‘생신 축하드립니다. 꼭 여의주 물어오겠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적어 청룡기 고교 야구대회 우승 다짐을 유 감독에게 전했다. 윤성호 기자

타고난 배짱에 구위도 정말 좋아 투타 겸업 욕심 아직 갖고 있는 듯
지난해 생일 깜짝 파티 열어주고 우승 다짐 적은 배트도 선물해줘


“꼭 여의주 물어오겠습니다.”

지난해 6월 10일 생일을 맞은 유정민 서울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은 당시 3학년인 강백호(KT 위즈)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다. 강백호는 스승을 위한 깜짝 파티를 준비했고, 다른 선수들과 함께 자신의 배트에 감사 메시지를 적어 유 감독에게 선물했다. 특히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를 약 한 달 앞둔 시점이라 강백호는 우승에 대한 다짐을 적었다. 아쉽게 서울고는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유 감독에겐 가장 소중한 배트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에서 만난 유 감독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선물에 당시 울컥했다”며 배트를 보여주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올 시즌 프로야구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애제자 강백호에 대한 칭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유 감독은 2015년 1월 서울고에 부임, 같은 해 입학한 강백호의 고교 3년을 꼬박 지도했다. 그는 “백호가 잘할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타격감이 올라올 줄은 몰랐다”며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 덕분에 프로에서 잘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백호의 투타 겸업 시도에 대해서도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다. 유 감독은 “선발투수는 어렵겠지만 1이닝 정도는 책임지고 던질 수 있어 마무리투수로서 충분히 잘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며 “타고난 배짱을 가졌고 구위도 정말 좋다”고 설명했다. 강백호가 처음부터 투수를 한 것은 아니었다. 강백호가 고교 1학년이던 2015년 5월쯤 팀에 투수 자원이 부족하자 유 감독이 피칭 연습을 한번 시켜봤다. 생각보다 공이 좋아 경기에 투입했고, 강백호 또한 갈수록 구속을 끌어올려 3학년 때는 시속 150㎞ 이상의 공을 던졌다. 유 감독은 “백호가 아직 투타 겸업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백호는 올 시즌 KT의 홈 개막 3연전이 있던 지난 1일 유 감독을 수원 KT위즈파크로 초대했다. 유 감독은 “등에 ‘강백호’ 이름이 적혀 있는 저지(유니폼 상의)를 입은 팬이 많아 백호의 인기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 중 슬럼프가 찾아와도 백호가 잘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이승엽처럼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갖춘 진정한 슈퍼스타가 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상헌 기자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