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목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한 교회 부목사였던 그는 사모 B씨까지 우울증 진단을 받자 올해 초 사역을 그만뒀습니다. 교회에선 초인적인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교구를 맡고 있던 그는 일상적인 심방도 바빴지만 담임목사의 외부원고 대필 등 부수 업무가 더 많았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매일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당직’이었습니다. 10시40∼50분 사이 사무실에 걸려오는 담임목사의 확인 전화에 응대하는 게 당직의 주요 업무였습니다. 사모 B씨도 새벽 4시에 불려 나오기 일쑤였습니다. 이럴 때면 아이들만 집에 둘 수 없어 온 가족이 교회로 나왔죠. 문제는 담임목사가 사모가 왔는지 확인한 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피 말리는 일상을 살던 부부는 결국 마음의 병을 얻고 나서야 교회를 떠난 것입니다.
몇 해 전 또 다른 교회에선 사전에 아무런 상의도 없이 예배 말미 광고시간에 부목사의 사임을 통보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담임목사의 광고식 통보를 들은 뒤에야 해임 사실을 안 부목사는 한마디 항변도 못한 채 교회를 떠났습니다.
이런 사례가 일반적인 건 아닙니다. 부목사들이 담임목사를 형처럼 따르는 교회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부목사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습니다. 약자이기 때문이죠. 부목사는 1년 계약직으로 매년 교회를 통해 소속 노회의 ‘연임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아무래도 신분이 불안하죠. 담임목사의 눈 밖에 나면 연임 청원은커녕 일생 동안 ‘버릇없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담임목사들도 고충이 있습니다. “요즘 부목사들이 신학교에서 도대체 뭘 배우고 나오는지 모르겠다. 다시 가르쳐야 한다. 기본 소양이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절부터 상식까지 교육이 필요하다. 가르치려면 보통 힘든 게 아니다”는 게 골자입니다. 또, 교회 중직자들 앞에 서면 오히려 담임목사가 ‘을’이 된다는 하소연도 있습니다. 담임목사도 늘 긴장해야 하는 자리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약자인 부목사들은 인격적인 대우를 원하고 있습니다. 후배 목사를 제대로 가르치겠다는 담임목사들의 바람도 마땅히 이해됩니다. 다만 선의가 ‘갑질’로 비춰져서는 곤란하지 않을까요.
부목사들은 담임목사를 목회의 선배로서 존경해야 합니다. 담임목사의 사역을 도우면서 목회를 배운다는 자세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 속에서 진행되는 목회, 이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목회를 향한 출발선에 서는 것입니다. 후배 목사가 화목한 목회를 하도록 훈련하기 위해선 먼저 교회에서 화목함을 배워야 합니다. 그 역할이 바로 목회의 선배인 담임목사에게 맡겨진 사명 아닐까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미션 톡!] 매일 밤 당직 서다 우울증 얻고 교회 떠난 부목사
입력 2018-04-19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