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 무대 데뷔한 강백호 “좋은 모습 위해 우선 타자 집중”
좌완 파이어볼러로 유명했던 나성범 프로 발 디딘 후엔 타자에만 매진
해설위원들 “야구에 불가능 없지만 한국 시스템상 겸업 시도 쉽지 않아”
미국프로야구(MLB)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가 투타에서 만화 같은 활약을 펼치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MLB에서 지난 100년간 사실상 금기시된 투타 겸업을 오타니가 능숙하게 보여주자 프로야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평마저 나올 정도다. 물론 18일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돼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까지의 성적만 봐도 베이브 루스 이후 투타에서 가장 성공한 선수로 대접받고 있다. 이쯤 되자 국내 야구팬들은 “같은 아시아인인데 한국프로야구(KBO) 리그에선 왜 오타니 같은 투타 겸업 스타가 없느냐”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투타 겸업에 가장 근접한 현역 선수와 야구 전문가들에게 ‘한국판 오타니’의 가능성을 확인해봤다.
“소속팀 KT 위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다른 거 신경 쓰지 않고 우선 타자에 집중하겠습니다.”
올 시즌 프로 무대에 데뷔하면서 ‘한국판 오타니’ 가능성이 높았던 KT 강백호는 리그 적응 문제 등을 이유로 방망이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아마 시절 투타 모두 초고교급 수준으로 인정받은 강백호지만 녹록하지 않은 프로 무대에 안착하는 것이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투수로 나서지 않겠다’고 명확히 선을 긋지는 않았다. 주변에서는 강백호가 타자로서 완벽히 리그 적응을 할 경우 투수에 대한 욕심도 없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백호는 “평소 오타니의 경기를 챙겨 본다. 하이라이트 영상도 찾아보고 기사도 잘 읽는다”며 “배울 점이 많고 잘하는 선수라 응원도 하면서 본다”고 말했다.
강백호에 앞서 투타 겸업을 할 가능성이 높았던 선수가 바로 나성범(NC 다이노스)이다. 프로에서 대표적 강타자로 자리잡은 나성범은 연세대 시절에는 오히려 좌완 파이어볼러로 더 유명했다. 그럼에도 나성범은 프로야구에 발을 디딘 뒤 타자에만 매진하고 있다. 나성범은 19일 “투수와 타자는 쓰는 근육이 다르고 많은 경기와 훈련을 모두 소화하려면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다. 투타를 함께 잘하는 건 정말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성범은 2015년 플레이오프 5차전에 구원투수로 깜짝 등판,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나성범은 “오타니는 정말 대단한 선수인 것 같다”면서 “MLB라는 큰 무대에서 그런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놀랍고 체력적인 부분이 힘들 텐데도 지금까지는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야구 풍토상 투타 겸업이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프로에서는 현실적으로 투타 중 하나만 하기도 쉽지 않다. 오타니는 재능이 걸출하고 애초 목표를 투타 겸업으로 조준했으니 가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투타 모두에 소질 있는 선수가 나와도 한국프로야구의 기존 시스템과 매뉴얼을 벗어나는 투타 겸업이 용인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도 “좋은 자질이 있는 선수도 프로에서 투타 겸업 전례가 거의 없다보니 쉽게 도전할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며 “지도자들이 바뀌어야 하는데 성적 등의 현실적 문제로 투타 겸업 시도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오타니의 투타 겸업 성공은 일본프로야구(NPB) 닛폰햄 파이터스 구단과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오타니와 같은 방식의 투타 겸업을 위해서는 6선발 체제가 필요한데 NPB에서는 보편적 방식이지만 우리나라는 5선발 체제가 기본으로 돼 있다. 결국 지금까지의 관행을 깨는 파격적 결단이 필요한데 국내 야구계가 이를 용인하기 쉽지 않다.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닛폰햄과 에인절스 입단 때 오타니는 투타 겸업을 필수조건으로 내세우고 이를 관철했지만 국내 프로야구는 위계질서가 여전히 강해 신인 선수가 강하게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야구에 불가능은 없기 때문에 한국판 오타니도 나올 수 있다”면서도 “다만 프로 무대에서 한 선수의 투타 기량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가 문제다. 기량 검증도 없이 투타 모두를 한다면 이도저도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And 엔터스포츠] ‘한국판 오타니’ 가능성은… KBO ‘투타겸업’ 나올까
입력 2018-04-20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