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 공개에 제동이 걸렸다. 최종적으로도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17일 삼성전자의 온양·기흥·화성·평택 반도체 공장과 구미 휴대전화 공장의 작업환경 보고서 정보공개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보고서 공개는 일단 보류됐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 공장 작업환경 보고서 정보공개 청구를 받아 승인했고, 오는 19일부터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영업기밀이 노출된다며 정보공개 집행정지와 결정 취소 심판청구를 행심위에 냈다. 법원에 행정소송도 냈다. 행심위는 고용부가 보고서를 예정대로 공개한다면, 행정심판 본안에서 보고서 공개가 적절한지 따져볼 기회가 없어진다는 이유로 집행정지를 받아들였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전문위원회는 삼성전자 작업환경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다고 이날 결론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핵심기술이 보고서에 담겨 있는지 따져달라고 최근 산업부에 요청했다.
심의 결과 전문위원들은 반도체 분야 국가핵심기술인 30나노 이하 D램과 낸드플래시 공정 및 조립기술과 관련된 내용이 2009∼2017년 보고서에 포함됐다고 판단했다. 위원회 측은 “보고서에 기재된 공정명과 공정 레이아웃, 화학물질 이름과 물질의 월 사용량을 보고 핵심기술을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2007∼2008년 보고서에는 핵심기술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봤다.
산업부는 전문위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심의 결과는 보고서 공개와 관련해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행심위 본안 심사와 법원의 행정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가 공개되면 영업기밀이 노출된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작업환경 보고서에는 공장 각 생산라인에 배치된 노동자 수와 함께 유해물질이 공장의 어느 지점에서 어느 정도 측정됐는가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고용부는 “영업비밀로 볼만한 사항이 없다고 판단해 공개결정을 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기업의 축적된 기술적 노하우는 보호받아야 하지만 일을 하다 질병을 얻은 노동자에게는 산업재해 입증에 있어 절실한 자료”라는 입장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과 관련해선 소소한 정보라도 경쟁사에 유출되면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작업환경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산업계 전반에 잇따를 것을 우려하는 재계도 삼성전자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유성열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nukuva@kmib.co.kr
제동 걸린 삼성전자 작업환경 보고서 공개… “핵심 기술 포함”
입력 2018-04-18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