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이란과 거래한 中기업 ZTE 제재

입력 2018-04-17 23:21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AP뉴시스

미국 상무부가 16일(현지시간) 북한과 이란에 금지 물품을 판매한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ZTE를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향후 7년간 이 회사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수출을 금지한 것이다.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 위반이 명분이지만 미국과 중국의 첨단 기술을 둘러싼 무역전쟁이 확전되는 양상으로 보인다. 중국은 “전형적인 일방주의이자 경제 패권주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ZTE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기업들로부터 구매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품 3200만 달러(약 342억원)어치를 이란 전기통신 사업자 TCI에 공급한 혐의가 포착돼 상무부 조사를 받았다. ZTE는 북한에도 283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를 수출했다. 이 회사는 조사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혐의를 인정하고 11억9000만 달러(약 1조2708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미 정부와 합의했다. 또 불법행위에 가담한 고위 임원 4명을 해고하고 관련자 35명을 징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약속과 달리 관련자들에게 포상을 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상무부 조사 과정에서 허위로 진술한 사실이 드러나 다시 제재를 받게 됐다. 윌버 로스(사진) 상무장관은 “미국 정부를 속인 ZTE를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에 이어 영국 정부도 자국 내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 ZTE 장비 사용을 피하라고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중국 선전에서 설립된 ZTE는 세계 4위 통신장비 업체다. 대주주와 주요 주주는 모두 중국 정부기관들이다.

미국의 제재 발표 후 중국 상무부는 17일 미국산 수수에 대한 반덤핑 예비 판정을 내렸다. 이는 ZTE 제재에 대한 보복 차원의 조치로 해석된다.

상무부는 “미국산 수수의 덤핑 행위로 중국 내 피해가 초래된다”며 18일부터 보증금 방식의 예비 반덤핑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산 수수 수입업자들은 덤핑 마진에 따라 최대 178.6%까지 보증금을 내야 한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ZTE 제재를 거론하며 “우리는 의연히 칼을 뽑아들고 자유무역 보호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겠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