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후원’ 논란으로 사퇴한 김기식(사진) 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정치적으로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인 출신 첫 금감원장이었던 김 전 원장이 임명 17일 만에 낙마하면서 차기 금감원장 인선은 난해한 과제가 됐다.
김 전 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누를 끼친 대통령님께 죄송한 마음”이라면서도 “제기된 비판 중엔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구모임인 ‘더좋은미래’에 자신의 의원시절 후원금 5000만원을 기부한 데 대해 “정말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출내역을 신고한 후 지난 2년간 선관위가 어떤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며 선관위의 위법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금융개혁과 사회경제적 개혁은 어떤 기득권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원장이 사퇴하면서 금감원은 다시 유광열 수석부원장 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유 부원장은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채용 비리’ 의혹으로 사퇴한 후 약 보름간 원장 대행을 맡았었다. 유 부원장은 임원 회의에서 “삼성증권 배당사고, 신한금융 채용비리,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 관행 개선 등 현안을 차질 없이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하루빨리 새 원장이 임명돼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비관료 출신 인사가 연거푸 낙마하면서 차기 금감원장 인사 방정식도 꼬이게 됐다. 차기 금감원장 후보로 관료 출신으로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유 부원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하지만 금융개혁 추진을 위해 청와대가 다시 비관료 출신 인사를 앉히는 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비관료 출신 후보군으로는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비관료 출신 인사들이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장 직을 선뜻 수락할 수 있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금감원장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더 꼬여버린 차기 금감원장 ‘인선 셈법’… 결국 관료?
입력 2018-04-1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