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 밀알에서 기적으로] “장애통합보육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통합 효과”

입력 2018-04-18 00:01
류미희 부암어린이집 원장이 16일 장애통합보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부암어린이집 원생들이 교사와 함께 미술공부를 하는 모습. 신현가 인턴기자
밀알복지재단 미션에는 ‘완전한 사회통합’이라는 표현이 있다.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다. 25년간 생애주기별 자립복지 모델을 구축한 밀알복지재단은 영유아기의 장애인식 개선과 장애아동의 발달 촉진을 위해 총 4개의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류미희 부암어린이집 원장을 16일 서울 종로구 부암어린이집에서 만나 장애통합보육의 개념과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한 반에서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보육받는 장애통합보육은 아직 한국에서 생소한 단어다. 류 원장은 1998년 밀알복지재단으로부터 부암어린이집을 위탁받을 때 제출한 계획서에 장애통합보육을 담았다. 그때는 류 원장도 장애통합보육이 무엇인지, 효과적인 보육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다 2000년 다운증후군을 앓는 원생이 입소했다. 하지만 원생도 교사도 적응을 하지 못해 3개월 만에 퇴소시켜야 했다. 이 일은 류 원장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장애아동을 퇴소시키는 경험은 내게 좌절과 낙담을 주는 동시에 장애통합보육을 다시 준비하는 계기가 됐다”고 고백한다.

2001년 9월 뇌병변을 앓는 원생을 받은 뒤 류 원장은 이 아이를 끝까지 책임지리라고 다짐했다. 이번에는 장애아동을 전담할 특수교사를 고용했다. 체계적인 준비 끝에 2002년 장애아 3명과 특수교사 1명이 포함된 통합보육반이 정식으로 개설됐다.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장애통합보육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부암어린이집 원생 79명 중 9명이 장애아동이다.

류 원장에게 장애통합보육의 가치를 묻자 “장애아동의 경우 언어의 인지, 사회성 복원을 들 수 있다”며 “통합보육반에 들어온 뒤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남에게 인사를 하는 아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유아기는 보통 모방을 통해 배우는 경우가 많은데 비장애아동과 함께 놀면서 자연스럽게 적응해 나간다”고 덧붙였다. 비장애아동들에게도 장점이 있다. 류 원장은 “장애와 비장애 구분은 어른의 시각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섞여있으면 함께 놀고 싸우고 화해하는 등 서로를 이해하며 ‘친구’의 범위를 넓힌다”고 말한다.

부암어린이집의 특징 중 하나는 ‘모두의 통합’을 위한 맞춤형 보육이다. 장애통합보육은 단순히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한 교실에 들어가 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먼저 장애아동 각각의 개별화보육계획안을 세운 뒤 이 계획안을 비장애아동들의 일반보육계획안에 맞춰 수정한다. 다소 품이 들지만 완전한 통합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외에도 일주일 동안 2∼3회 숲에서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어우러지는 ‘숲 프로그램’이나 ‘놀이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또래 간의 애착과 친밀감을 형성하고 있다.

장애통합보육은 지역 사회도 변화시키고 있다. 류 원장은 “함께 어린이집을 다닌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의 부모들이 초등학교 학부모가 되는데 학부모 간에도 구분이 없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부암어린이집 벽 한쪽에는 ‘우리는 같이 행복하게 커가고 발전하고 싶다’는 표어가 붙어있다. 류 원장은 “장애통합보육은 어린이들만의 통합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아이들의 통합을 위해 교사와 부모, 각 가정들이 통합될 때 지역 사회의 인식도 변한다”고 말했다(정기후원 및 문의 1899-4774).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