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사퇴는 문재인정부의 코드에 치우친 국정운영의 한계를 낱낱이 드러냈다. 김 전 원장 기용은 당초부터 무리였고 실패한 인사였다. 기본적으로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인사를 금융감독 수장이라는 중요한 자리에 앉히려고 했다. 도덕성 논란은 차치하고 자격부터 의문이었다. 금감원은 은행, 증권, 보험 등 각종 금융기업을 검사하고 감독한다. 갈수록 전문화되고 복잡해지는 금융시장의 원리와 실무를 이해해야 한다. 김 원장 임명 소식이 나오자마자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처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시민운동가 출신을 앉혀도 되나 우려했다. 보통 국민들은 ‘상식’에 반한다고 생각한 인사였는데 청와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봤다. ‘우리끼리만’ 하는 폐쇄성의 벽에 갇혀 있었다는 증거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고무되고 한반도 해빙의 물꼬를 텄다는 자부심에 ‘우리가 하는 것은 다 문제없다’는 오만에 빠졌다고도 볼 수 있다.
정권 출범 직후부터 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친노동계 인사 위주로 청와대와 행정부 요직을 채우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이런 인사를 하는 속내를 내비친 바 있다. 촛불로 표출된 국민들의 개혁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고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특정 시민단체나 노동단체 출신들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국정 현안을 차질 없이 다룰 실무 능력과 비전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시민단체는 담당 부처나 특정 조직이 하는 일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게 주된 업무다. 축구로 치면 상대방의 허점만 찾아 파고드는 공격수다. 반면 국정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그만 허점도 없도록 원칙을 세우고 법규를 꼼꼼히 정비해야 한다. 어떤 점에서 수비수와 흡사하다. 개혁 의지가 모든 것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이번 김기식 파동의 교훈은 이것이다. 청와대가 개혁성 타령만 할 게 아니라 전문성과 실력 있는 인사를 기용해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 이념과 성향에 맞는 시민단체, 친노동, 대북 대화파 등으로만 채워진 편협한 인재풀을 넓혀야 한다. 보수를 포용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중도 성향의 전문가까지 구분하고 배제해서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렵다. 실력과 도덕성이 검증된 관료가 있는데도 믿음이 안 간다며 시민단체 출신들을 억지로 찾아야 하는가. 이는 정권 핵심들이 관료들을 설득하고 따르게 할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방증 아닌가. 아울러 잇따라 인사 검증에 실패한 조국 민정수석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이어지는 도덕성 논란에도 “국민적 눈높이에는 흡족하지 않으나 적법한 행위”라고 했다.
[사설] 김기식 파동, 인재풀 넓히고 포용의 정치 계기로
입력 2018-04-1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