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베, 탈출구 될까… 오늘 미·일 정상회담

입력 2018-04-18 05:02

사학비리 스캔들로 민심 악화… 동북아서 외교적 고립상태
北·통상 문제가 주요 의제… 원하는 성과 거둘지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시간 18일 오전 4시(현지시간 17일 오후 3시)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이틀 동안 북한 핵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미·일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세 번째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당선자 시절을 포함하면 네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많이 만난 외국 정상이다.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의 최대 의제는 북한 문제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대화를 준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통상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은 아베 총리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8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기로 했다는 발표를 듣자마자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아베 총리가 회담에서 어떤 외교적 성과를 거둘지는 불투명하다. 아베 총리는 현재 동북아에서 외교적 고립 상태에 빠졌다.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5월∼6월 초 북·미 정상회담, 6월 한·러 정상회담이 차례로 열리지만 아베 총리는 어디에도 낄 곳이 없다.

아베 총리는 국내적으로 사학비리 스캔들로 민심이 악화되면서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쳤다. 그런 만큼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 하지만 취임 때부터 대북 강경론을 유지했던 그가 갑작스레 조성된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을 타진했다가 별 소득이 없자 다시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급히 만나자고 요청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문을 하기 위해서다. 일본 언론은 두 정상이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거부한다는 데 합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 만한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ABC방송은 “아베 총리가 개인 외교의 한계를 절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통상 부문에서도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가 녹록지 않다. 그는 미국 정부가 일본산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를 철회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재가입할 것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배려할 여유가 없다. 현재 그는 러시아 스캔들 때문에 궁지에 몰려 있다. 정치적 위기 때마다 통상압력 카드를 꺼내들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아베 총리에게 일본 시장 개방을 압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