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화·규모화·전문화 필요하다는 진단 내리고도 처방은 ‘땜질식 퍼주기’
근본적 경쟁력 제고 방안 단시간에 어렵다는 입장
한국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는 자영업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악화되고 있는 고용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자영업자 급감을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방향은 근본 처방보다 땜질 대응에 그치고 있다. 과당경쟁과 낮은 경쟁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영업의 법인·규모·전문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려놓고도 정작 ‘일단 살리고 보자’ 식의 지원 정책만 반복하고 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561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1000명(0.7%) 감소했다. 특히 1인 자영업자는 10만3000명이나 줄었다. 낮은 경쟁력에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 과당경쟁 등으로 폐업에 이르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의 고질병은 ‘다산다사(多産多死)’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우후죽순으로 시장에 진입했다가 폐업하기를 반복한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의 창업과 폐업이 ‘높은 수익에 따른 투자’ 형태로 순환되지 않고, ‘사업실패에 따른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런 현실의 밑바탕에는 경직된 노동시장, 충분하지 않은 사회안전망이라는 그림자가 깔려 있다.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난 실업자 등이 마지못해 자영업에 뛰어들다 보니 창업과 폐업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근본 해결책을 찾아왔다. 2016년 8월 중소기업연구원이 작성한 ‘자영업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용역 보고서가 그 중 하나다. 보고서는 자영업자의 법인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들은 창업과 폐업이 쉽다는 이유로 개인사업체 등록을 더 선호하지만, 개인사업체는 법인보다 사업지속성이 떨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2013년 개인사업체 폐업률이 13.4%인 반면 법인기업 폐업률은 9.0%에 불과했다. 생존율 역시 법인기업이 더 높다. 2008년 기준으로 법인기업의 창업 후 5년차 생존율은 77%나 됐다. 개인사업체는 49%에 그쳤다. 보고서는 자영업자간 협업 등으로 규모·전문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자영업 대책은 이런 진단과 동떨어져 있다. 지난해 7월과 올해 1월 발표한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 대책은 ‘자영업자 경영부담 완화’에만 초점을 맞췄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신용카드 수수료 및 세금부담을 완화하는 게 골자였다.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보기 어렵다.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책도 상권정보시스템을 고도화해 창업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정부의 ‘퍼주기 지원’이 경쟁력 없는 자영업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발표한 자영업자 대책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폐업으로 떠밀릴 수 있는 자영업자를 긴급하게 구제하는 데 방향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며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는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은 차차 정책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jukebox@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자영업자 대책 ‘진단 따로 처방 따로’… 땜질식 퍼주기
입력 2018-04-1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