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소환한 경찰, 불법 후원받은 국회의원도 조사키로

입력 2018-04-18 05:03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불법으로 국회의원들을 후원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회장이 2014∼2017년 KT가 임직원 명의로 19, 20대 국회의원 90여명에게 회사 자금 약 4억3000만원을 쪼개기 후원하도록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는지를 조사했다.

경찰은 KT 임원들이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이를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상품권 깡’ 수법을 사용해 후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후원금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임직원 개인이 후원하는 것처럼 꾸몄다는 것이다.

후원금은 특히 KT가 주주로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의 설립 관련 사안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와 통신 관련 예산과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통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황 회장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돈의 출처가 KT 법인자금인 걸 알면서도 후원금을 받은 일부 국회의원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일부 의원은 법인자금인 걸 알고 돈을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KT의 현직 최고경영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 건 2002년 민영화 이후 처음이다. 이날 KT민주화연대와 KT노조본사지방본부 관계자들은 조사가 진행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회장의 퇴진과 구속을 촉구했다. 이들은 “황 회장은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 외에도 KT 노동자들을 탄압해 검찰과 고용노동부에 여러 번 고발당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