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 밀알에서 기적으로] 밀알학교가 갈등 이겨내고 지역사회와 상생한 비결은?

입력 2018-04-18 00:03
밀알학교 체육관에서 2016년 11월 진행된 주민 경로잔치. 밀알학교는 경로잔치뿐 아니라 지역 주민을 위한 무료 음악회를 여는 등 지역사회와 상생의 길을 가고 있다. 밀알학교 제공

지난달 서울 강서구에서 진행된 장애인 특수학교 건립 주민 설명회에서 반대 주민과 장애 학부모들이 충돌했다. 여전히 특수학교에 한국 사회가 편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밀알학교(교장 최병우)도 설립 당시 비슷한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지금 밀알학교는 특수학교와 지역사회 상생의 모범 사례가 됐다.

밀알학교 건립을 반대하던 주민들은 1997년 기공식이 열리던 날 반대 피켓을 들고 학교로 찾아왔다. 공사 장비 진입을 막고 현장 사무소를 점거하기도 했다. 갈등 속에 현 밀알복지재단 이사인 김주영 변호사가 밀알학교를 찾아와 무료로 변론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공사방해중지 가처분 소송을 낸 뒤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싸움 끝에 밀알학교가 승소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법적으로는 승리해 학교가 들어설 수 있었지만 학교가 지역에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지지와 애정이 필요했다. 밀알학교는 1층에 카페를 운영하고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등 특수학교가 하나의 문화시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주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밀알 열린음악회’는 지난달 100회째 진행됐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려는 밀알학교의 노력은 많은 열매를 맺고 있다. 20년간 쉬지 않고 주 1회 봉사를 위해 학교를 찾아오는 지역 주민도 있다. 지역 주민이 길 잃은 장애인 학생의 가슴에 붙은 명찰을 보고 밀알학교에 전화해 “여기 학교 학생이 있다”고 신고한 사례도 있다. 밀알학교 김용한 교감은 “주민들이 이제는 학교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집값이 내려간다는 것도 반대 이유 중 하나였는데 밀알학교 설립 후 오히려 집값이 올랐다”며 특수학교와 지역 주민 간 상생의 이점을 강조했다.

이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