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10명 보험료 내주고 5억 챙긴 설계사… 작년 보험사기 7300억 역대 최고

입력 2018-04-17 21:04

A병원은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게 허위 입원확인서를 발급해줬다. 환자들이 실손의료보험으로 자기공명장치(MRI) 촬영비 등 진료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실손의료보험의 보상금이 입원의 경우 5000만원 한도인 반면 통원은 1회 최대 30만원이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하지도 않은 도수치료를 한 것처럼 치료확인서를 떼어주는가 하면, 의료인이 아닌 운동치료사를 고용해 도수치료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7억4000만원을 편취했다.

보험설계사인 B씨는 친구 10명을 보험에 가입하게 한 뒤 보험료를 대신 냈다. 그는 친구들이 사고를 당한 것처럼 꾸며 입원·수술·장해 보험금을 청구하고 5억7000만원을 가로챘다.

금융감독원은 A병원이나 B씨처럼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이 지난해 730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역대 최고액으로 2016년보다 1.6% 늘었다. 적발 인원은 8만3535명이고 1인당 사기금액은 870만원이었다.

유형을 보면 허위입원, 보험사고 내용 조작 등 허위·과다사고가 534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보험사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3.2%나 됐다. 자동차보험 피해과장은 542억원(7.4%)이었다. 살인·방화 등 고의사고를 유발하는 형태의 보험사기는 891억원(12.2%)이었다. 고의사고 유발형은 2016년보다 26.7% 줄었다.

적발된 사람의 직업을 보면 회사원이 2016년보다 22.6% 늘어난 1만8832명이었다. 무직·일용직은 1만4명이었다. 무직·일용직의 보험사기 비중은 2016년 14.1%에서 지난해 12.0%로 감소했다. 병원 종사자(1086명→1408명)와 정비업소 종사자(907명→1022명)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