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는 타구음이 그다지 경쾌하지 못했다. 부러진 배트가 배트보이 뒤로 날아갔지만, 타구는 쭉쭉 뻗고 있었다. 공이 떨어진 곳은 뉴욕 시티필드 우중간 담장 너머였다. “부러진 방망이로 홈런입니다!” 현지 중계진이 흥분해 소리를 질렀다.
미국프로야구(MLB) 워싱턴 내셔널스의 3번 타자 브라이스 하퍼는 17일(한국시간) 뉴욕 메츠와의 경기 1회초에 제이콥 디그롬의 시속 95.8마일(154.1㎞) 강속구를 잡아당겨 이색적인 1점 홈런을 쳤다. 방망이가 쪼개지며 하퍼의 손엔 손잡이 부분만 남을 정도로 제대로 맞지 못한 타구였지만, 공은 시속 99.2마일(159.6㎞)로 406피트(124m)를 날아갔다. 디그롬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퍼의 괴력에 미 언론은 “헬멧으로도 홈런을 칠 수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는 기사를 냈다.
2012년 워싱턴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한 하퍼는 내셔널리그(NL) 최고의 타자로 분류된다. 2015년에는 0.330의 타율에 42홈런을 기록하며 NL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무릎 부상으로 111경기에만 출장한 지난해에도 29홈런을 쳤다.
어렸을 때부터 타격 재능은 천부적이었다. 유소년야구를 하던 12세 때에는 250피트 구장에서 12번 타석에 들어서 12번 안타를 쳤는데, 11개가 홈런이었다. 고교 1학년 때에는 570피트(174m) 홈런을 기록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그가 데뷔하기 전부터 ‘야구가 선택한 선수’라고 묘사했다.
시즌 종료 뒤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앞둔 하퍼는 올 시즌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8홈런과 17타점, 21개의 볼넷, 1.265의 OPS(출루율과 장타율의 합) 등은 MLB 1위다. 하퍼는 시즌 막판인 10월에 만 26세가 된다. 아직 젊은 그가 FA 시장에서 MLB 사상 최초로 10년, 4억 달러 이상의 거액 계약을 따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관측에 대해 하퍼는 “나를 얕잡아 보지 마세요(Don't sell me short)”라고 말했다 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배트 부러져도 홈런… ‘괴물’ 하퍼 “4억 달러 계약 가자”
입력 2018-04-1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