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재계약… 수사 시작되자 폐업
드루킹, 작업한 3100여개 기사 체포 직전 김경수 의원에게 보내
인터넷 여론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모(48·닉네임 드루킹)씨가 댓글 작업 전초기지로 삼았던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출판사의 사무실 임대비용이 모두 3억원이 넘는 것으로 16일 밝혀졌다.
경찰은 김씨가 체포 직전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자신들이 ‘작업’한 3100여개 인터넷 기사를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을 통해 보낸 사실을 확인해 조사 중이다.
느릅나무출판사 건물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는 한 층당 월 200만원으로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왔다”고 밝혔다. 느릅나무출판사는 파주 출판단지 4층 건물 중 1층을 회원제 북카페, 2층 사무실로 빌려 운영했고 3층에도 작은 공간을 임대해 써 왔다. 건물 관계자는 “2층은 2010년쯤 먼저 계약을 했고, 1층은 2015년쯤 처음 계약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3층의 2평 남짓한 공간도 출판사가 빌린 곳”이라고 했다.
계산하면 2층 출판사 사무실은 약 8년간 1억9200만원, 북카페는 3년여간 7200만원을 월세로 지불한 것으로 추정된다. 3층 공간 월세와 앞서 언급한 보증금 등을 합치면 임대료만 3억원 이상 사용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씨는 올해 2월에도 1년 더 임대계약을 연장했지만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건물주에게 알리지 않고 2월 12일 돌연 폐업했다.
경찰 수사 결과 김씨는 2016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김경수 의원에 텔레그램 비밀대화방과 일반대화방을 각각 열어 모두 147회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달 3일부터 체포되기 전날인 20일까지 115차례 자신들이 ‘작업’한 내용의 기사 인터넷주소(URL) 3100여건을 김 의원에게 보냈다. 모두 2∼3월 보도된 기사였다. 김씨 사무실과 주거지에서는 휴대전화 170여대가 발견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협박성 메시지도 이때 보냈다. 경찰은 “김씨가 특정 기사에 대해 무엇인가를 했다는 결과를 알리는 메시지도 비밀대화방으로 보냈으나 김 의원이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게 대부분”이라고 했다.
일반대화방의 나머지 대화는 주로 행사 관련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올해 1월 22일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강연 사진을 보냈다. 김 의원은 일반대화방에서는 “고맙다”는 식의 의례적 답변을 몇 차례 했다. 김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김 의원 외에 다른 민주당 의원들과 대화를 나눈 정황도 파악됐다.
경찰은 구속된 김씨 등 3명 외에 공범 피의자 2명을 추가로 특정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 역시 자신이 민주당 당원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허경구 강경루 기자 nine@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단독] 사무실 임대비 최소 3억… ‘느릅나무’ 자금출처 수사 불가피
입력 2018-04-16 18:25 수정 2018-04-16 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