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안전 대한민국 기필코 건설”

입력 2018-04-16 19:26
세월호 참사 4주기인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안산=최현규 기자

“대한민국 치부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뼈아픈 교훈 남겨”
정부합동분향소 철거 시작… 안산 단원고서 열린 추모식
여동생 “눈 떠보면 오빠가 가족 곁에 있게 해달라” 기도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 영결·추도식이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 앞에서 엄수됐다. 정부 주관의 영결·추도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도식 행사를 마지막으로 정부합동분향소는 철거 절차에 들어간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추도식에서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며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국민께 얼마나 큰 불행을 드리는지,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주장하는 짓이 얼마나 잔인한 범죄인지를 알게 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세월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 대한민국을 기필코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51%가 세월호 이후 재난재해 대응 체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며 “(이것이) 세월호 4주기를 맞아 우리가 여전히 아이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추모하는 길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라는 다짐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며 다음 달 국가안전대진단 결과를 발표할 때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만들어줄 것을 주문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은 이날 안산 곳곳에서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물결이 파란 하늘 아래 넘실댔다. 오전에는 ‘다시 봄, 기억을 품다’라는 주제로 추모식이 단원고등학교에서 열렸다. 행사가 열린 강당은 재학생과 교사 등 600여명으로 가득 찼고 편지낭독 시간은 모두를 숙연케 했다.

2학년 여학생은 “그날을 생각하면 너무나 잔인하고 끔찍해 도저히 지울 수가 없다”며 “저희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빠가 사고로 희생된 여동생은 “오빠를 보낸 뒤 ‘이 모든 게 긴 악몽이게 해달라’고, 그리고 ‘눈 떠보면 오빠가 우리 가족 곁에 있게 해달라’고 매일 밤 수도 없이 기도했다”며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무뎌지고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오빠 생각나면 울지 않고 의연하게 넘어갈 수 있을까”라고 읽다가 말을 잇지 못했다. 학생들은 편지낭독 후 추모곡을 합창한 뒤 각자 쓴 편지를 종이비행기로 접어 공중에 날렸다.

오후에는 기억교실이 있는 안산교육지원청과 단원고를 거쳐 화랑유원지 내 합동분향소까지 걷는 국민추모행진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기억하고 행동하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는 등의 글귀가 쓰인 손 팻말을 들거나 세월호를 상징하는 추모 물품을 착용하고 걸었다. 성남에서 왔다는 50대 참가자는 “좀 더 많은 학생들을 살릴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하늘로 간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안산=강희청 기자, 강준구 기자 kanghc@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