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진상 끝까지 규명”… 온라인카페·아파트주민회 등 동네마다 자발적 모임 잇따라
영화 상영부터 추모곡까지… 젖먹이 맘·학생·어르신 등 남녀노소 따로 없이 ‘아픔’ 공유
서금하(42·여)씨는 지난 13일 저녁 딸 박하연(6)양과 세월호 4주기 추모제가 열린 서울 노원구 노원평생교육원을 찾았다. 노원마을공동체네트워크가 주최한 이 행사에선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의 모습을 담은 독립영화 ‘목포의 밤’이 상영 중이었다.
서씨는 “아이가 어려 영화의 내용을 다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반복해서 보면 조금씩 관심을 갖고 공감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함께 왔다”고 말했다. 서씨는 강당 곳곳에 붙어 있는 노란 리본이 신기한 듯 쳐다보는 딸에게 “하늘의 별이 된 언니 오빠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붙여 놓은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세월호 참사 발생 후 4년, 일상 속에서 자발적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이들이 사회 곳곳에 생겨났다. 단지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세대가 같은 비극을 겪지 않도록 고민하고 행동하는 데까지 확산되고 있다.
15개월 된 아기에게 젖병을 물린 채 영화를 관람한 시민단체 ‘함께 노원’의 대표 이지희(34·여)씨는 “세월호는 안산이나 광화문에서만 다뤄질 이슈가 아니다”라며 “국내외 어디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자녀들의 안전 교육을 위해 협력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것이 세월호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은평구 불광천 수변무대에서는 ‘잊지 않겠습니다’를 제목으로 사진전이 열렸다. 가로 40m, 세로 8m 규모의 수변무대 벽면에는 참사 당일 현장과 ‘진상규명’을 외치며 도보 행진을 하는 유가족들의 모습 등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다.
행사를 주최한 ‘세월호를 기억하는 은평사람들의 모임(세은모)’ 회원들은 관람객들에게 메모지를 건네며 희생자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단체 관람을 온 녹번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은 손글씨로 ‘사랑할게요’ ‘언니 오빠들 언제나 기억할게요’ 등의 글귀를 적었다.
잠시 망설이던 한 40대 여성은 ‘못 구해줘서 미안하다’고 적은 메모를 남기고 눈물을 훔쳤다. 옆에 있던 50대 남성은 “어느 순간부터 내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해졌던 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도봉구민회관에서는 ‘416 약속지킴이 도봉모임’이 주최한 기억문화제도 열렸다. 참석자들은 세월호 참사 발생 후 현재까지 밝혀진 진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가수 이광석씨의 선창에 따라 ‘다시 광화문에서’ ‘일어나’ 등의 노래를 불렀다. 60여명의 관객 중 3분의 1 정도는 5살 이하 어린이들이었다. 도봉모임 김현석 대표는 “국가는 세월호 침몰의 원인과 구조 지연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히고 잘못한 사람이 벌을 받는 지극히 상식적인 과정을 다음세대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기성세대는 관련 정보를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해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희생자들과 조금 더 가까웠던 이들은 특별한 행사가 없어도 생활 속에서 추모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만난 경기도 안산 단원고 재학생들이 대표적이다. 2016년부터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닌 2학년 서현석(17)군은 “늘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후배들과도 ‘절대 잊지 말자’고 다짐하곤 한다”고 말했다. 1학년 김민수(16)군은 “우리가 모범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어른으로 잘 성장하는 게 하늘나라에 있는 형과 누나들을 위한 길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 앞에서 세월호의 완전한 진실 규명을 다짐한다”며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해 세월호의 진실을 끝까지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사야 강경루 방극렬 기자, 안산=김지애 기자 isaiah@kmib.co.kr
별이 된 세월호 아이들… “잊지 않겠다” 지키는 사람들
입력 2018-04-16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