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사태 대리전 양상… 1차대전 직전과 유사”

입력 2018-04-15 19:22



美 필두로 한 英·佛 연합군 시리아에 105발 미사일 발사
러·이란 등 동맹국 강력 반발… 유엔 안보리 결의안도 부결
양측, 엇갈린 공습 결과 내놔


미국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프랑스와 함께 시리아 공습을 단행하면서 국제사회가 ‘신냉전’ 체제 아래 대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습은 미국 등 3국이 시리아 정권뿐만 아니라 그 후원자인 러시아, 이란에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시리아를 비롯한 현재 중동 정세가 마치 1차대전 직전의 동유럽과 유사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은 시리아 정부가 민간인을 겨냥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을 응징하기 위해 미사일 105발을 발사하는 군사행동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습 직후 “미군에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의 화학무기 역량과 관련된 타깃에 정밀 타격을 시작하라고 명령했다”면서 “우리 행동의 목적은 화학무기 생산, 사용, 확산에 맞서 강력한 억지력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 나라의 공습에 시리아와 그 동맹국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서방의 공습 직후 트위터 계정에 “선한 영혼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한다”는 글을 올려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러시아와 이란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 없이 유엔 헌장, 국제법을 모두 어겼으며 구체적 증거 없이 주권 국가를 침략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중국 역시 공습 비판 대열에 섰다.

러시아는 3국의 공습을 규탄하는 내용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미국 등 3국이 일제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부결됐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미국은 장전돼 있다. 시리아 정권이 우리의 의지를 시험할 정도로 어리석다면 이러한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추가적인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공습의 결과를 놓고 양측 발표가 엇갈린다. 미국 등은 시리아 화학무기 시설만을 효과적으로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리아는 “미사일 대부분을 방공망으로 요격해 피해가 미미하다”고 반박했다.

미국 CNN방송은 “시리아 내전이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 됐다”면서 강대국 간 대결이 세계적인 군사 긴장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블룸버그에 게재한 칼럼에서 “시리아 전쟁의 게임이론은 너무 복잡해 예측이 불가능하다”면서 “현재 중동 정세에 ‘플레이어’의 수가 너무 많아 마치 1차대전 직전 동유럽 상황을 보는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중동은 시리아만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예멘의 갈등, 이스라엘과 이란·레바논·팔레스타인의 긴장관계 등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 1914년 오스트리아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드 암살을 계기로 발발한 1차대전은 외견상 발칸반도에서 오스트리아와 세르비아의 국지전처럼 보였지만 이후 이해관계가 있는 독일, 오스만튀르크(터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까지 참전국 수가 점점 늘어났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