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핵폭풍 ‘드루킹’ 파문… 댓글 공모? 與에 보복?

입력 2018-04-15 19:27
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사 댓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닉네임 ‘드루킹’ 김모씨의 블로그.

김경수 의원과 접촉 정황 확인
金 “대선 이후 무리한 청탁 거절하자 여론 조작 펼쳐”
김씨, 여권 인사와 교류 ‘흔적’… 야권, 대선 때도 댓글 조작 의심
특검·국정조사 요구 전선확대… 警, 구속 3명 외 다른 공범 확인


정치권이 ‘드루킹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댓글 조작 의혹 사건으로 구속된 민주당 당원 김모(48·닉네임 드루킹)씨가 현 정권 핵심 인사이자 6월 지방선거 경남지사 후보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접촉한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야권은 “지난해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댓글 공작 의혹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전선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팩트는 세 가지다. 민주당 당원인 김씨가 정권 출범 이후 댓글 공작을 했다는 점,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경수 의원과 접촉했다는 점, 김씨가 인사 청탁 등 이권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다. 김씨는 지난 1월 우모(32)씨, 양모(35)씨 등과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관련 정부 비판 댓글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해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려 한 혐의로 구속됐다. 김 의원은 14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와의 접촉은 인정했다. 지난해 대선 경선을 전후로 김씨가 문재인 당시 후보에 대한 자발적 지지 활동을 하겠다며 찾아왔고, SNS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계속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대선 이후 김씨의 무리한 인사 청탁을 거절하자 지난 1월부터 문재인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의 여론 조작을 펼쳤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의혹은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우선 지난 대선 및 대선 이후 여권과 김씨의 관계가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야권은 김씨가 김 의원과 대선 직전부터 접촉했다는 점으로 미뤄 김씨의 댓글 조작 시도가 지난해 대선 때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이번 의혹을 ‘대선 선거부정’으로 규정하고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자유한국당도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씨가 그동안 여권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했음을 암시하는 흔적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김씨는 대선 직후인 지난해 6월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새 정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다보면 광화문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광화문 대통령”이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7월 18일에는 “이제부터 드루킹을 건드는 놈들, 진영을 가리지 않고 피똥싸게 해주겠다. 점잖게 대하니까 호구로 안다”며 분노하는 글도 올렸다.

김씨는 지난 1월 당시 여권 유력 차기 대선 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자신이 운영하는 ‘경제적공진화모임’ 강연에 강사로 초대했다. 노무현정부 핵심 인사였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SNS로 강연 요청을 한 적도 있다. 지난 1월에는 현재 경기지사 후보로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전해철 의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적도 있다.

김씨가 김 의원에게 요구했다는 인사 청탁 내용도 확인돼야 할 지점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5일 “드루킹이 인사 청탁을 세게 한 모양인데 먹히지 않으니 문재인정부에 화풀이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구속된 김씨 등 3명 외에도 다른 공범 여러 명이 댓글 여론 조작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 1월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관련 기사 외에 다른 댓글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경찰은 특히 김씨가 댓글 조작 거점 기지로 지목된 경기도 파주의 출판사를 운영한 자금 출처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물 분석 등 수사가 아직은 초기 단계”라며 “관련 의혹과 배후 등도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최승욱 하윤해 허경구 기자 applesu@kmib.co.kr